데스크칼럼
홈플러스 사태, 사모펀드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홈플러스 사태 일파만파…PE 역할 도마 위
먹튀 아닌 책임경영 요구…규제강화도 필요
공개 2025-03-12 09:40:2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9: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로 연일 시끄럽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입점업체와 납품업체에서 곡소리가 났다. 납품업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규모만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에서는 협력사 대금을 우선 정산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동요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권에서 홈플러스가 발행한 어음을 부도처리했다는 소식이 겹쳐 들렸다. 10일부터 당좌거래가 전면 중지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찍어낸 단기채가 말썽이다. 신용등급이 A3-에서 D등급으로 추락하면서 해당 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처지다. 알려진 바로는 1년 미만 단기채 규모만 6000억원에 달한다. 신영증권(001720)한양증권(001750), BNK투자증권 등이 주관해 인수한 뒤 대형 증권사를 통해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 강등도 짐작하지 못했고, 채권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한다.
 
(출처 : 홈플러스 홈페이지)
 
이번 사태로 국내 사모펀드(PE)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홈플러스 경영악화가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렇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유통업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인수 후 MBK파트너스는 안산, 대구, 대전 등지의 점포를 매각하며 자금 회수에 집중했다.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을 팔아서 갚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각으로 단기적 이익을 실현했지만, 정작 홈플러스의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 수가 줄자 시장 내 경쟁력도 떨어졌다. MBK파트너스가 투자자의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자산 매각을 통해 단기 이익을 챙기는 데 집중한 결과다. 사모펀드 목적이 장기적 기업 성장 지원이 아닌, 단기 차익 실현으로 변질됐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출처:MBK파트너스)
 
사모펀드는 지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하면서 국내에 도입됐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경쟁력을 높이며, 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M&A 시장에서 국내 알짜기업을 노리는 외국 자본의 대항마 역할을 해달라고 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에서는 사모펀드의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투자자 행세를 하다가 본색을 드러낸 느낌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을 발판 삼아 성장하면서 ‘큰 손’이 되다 보니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다. 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증대와 장기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단기 차익을 노린 ‘먹튀’가 아닌, 책임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본질이 투자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투기꾼들의 모임인지 되짚어볼 때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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