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압박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올해 들어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나, 당국은 당분간 대출 축소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은행권 이자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행연합회
4대 시중은행, 올 들어 가계부채 감소세 전환
1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하자 은행권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확대 주범으로 보고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을 옥죄는 중이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은행권도 당국의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 문턱을 속속 높였다.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한편 비대면 대출상품을 일시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각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 추이에서도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직전 분기 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줄였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4조411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전분기 대비 0.9% 줄었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4분기 중 대비 가계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곳들이다.
감소 기조 전망…이자이익 줄어 실적 영향 '불가피'
지난해에 이어 올 1월에도 대출 감소세는 그대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업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000억원 줄었다. 전분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업권의 가계대출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10개월만의 감소세다. 지난해 12월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2조원 증가한 데 반해, 올해 1월에는 9000억원 감소추이를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상호금융권과 보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전월 대비 증가해 전 금융권에 걸친 가계대출 규모는 확대됐다.
반면 올해 1월에는 은행과 상호금융, 보험업계가 모두 감소 추이를 보인 영향으로 줄었다. 다만 금융업권에서 유일하게 2000억원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도 감소했다. 성장률 둔화에서 그치지 않고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 4대 시중은행의 1월 말 가계대출 잔액 합은 595조4766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1654억원이 줄었다.
은행권이 당국의 정책에 발맞춰 가계 대출을 줄일 경우 은행권 수익성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이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이 둔화됐음에도 4대 시중은행의 분기별 이자이익은 증가했다. 대출금리를 올려 실행 물량을 조절한 효과다.
다만 올해 은행이 제공하는 대출 금리는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권은 올해 3~4회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어 대출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낮추는 추세다. 만약 대출 잔액 규모가 줄어듦과 동시에 금리마저 하락한다면 은행은 이자수익의 확대 대신 비이자수익 확대에 기대를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가계대출 감소 추이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가계대출 축소에 계절적 요인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특히 명절 상여금과 겨울철 주택거래 둔화를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가계대출은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확대된 점도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달 주탁댐보대출은 3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은행업권의 주택담보대출도 전월 대비 감소폭을 줄였다. 지난해 12월 은행업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1조7000억원 줄어든 반면, 올 1월에는 6000억원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분간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