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적자 탈출 위해 미국 진출…커지는 재무 부담
지난해 영업적자 5102억원 기록…2년 연속 적자
부채비율 최고점인데 미국 진출에 또 대규모 지출
공개 2025-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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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양극재 제조기업 엘앤에프(066970)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비율이 치솟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한 재고자산이 전방산업 수요 둔화 시기에 재무부담으로 작용하며 수익성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엘앤에프는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지만,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회사에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엘앤에프)
 
전기차 호황기 급증한 재고자산이 부담으로 작용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8.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29.5% 증가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3675억원으로 전년 대비(2631억원) 적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2023년부터 전기차 시장 침체가 시작되면서 엘앤에프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재고자산회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회 아래(2.5회)로 떨어지며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엘앤에프는 2020년대 초반 전기차 시장 급성장과 함께 공격적인 재고 확보 전략을 펼쳤다. 2020년 1000억원 수준이던 재고자산은 2021년 2616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2022년에는 제품과 원재료 등 주요 평가항목을 크게 확대하며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당시 높은 재고자산회전율(2021년 4.9회, 2022년 4.7회)에 힘입어 엘앤에프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매출은 2019~2020년 3000억원대에서 2021년 9708억원, 2022년에는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020년 0.4%에서 2021년 4.6%, 2022년 6.9%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해 보유 재고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엘앤에프는 2023년 4분기에만 2503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2223억원이라는 연간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엘앤에프는 재고자산 감축에 집중했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이 2023년 4회에서 지난해 3분기 2.5회까지 떨어지면서 매출 규모까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채비율 255%로 10년 내 최고치…현금흐름 악화 우려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엘앤에프의 부채비율은 2019년 이후 150%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금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55%를 기록하며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가운데 엘앤에프는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회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단독 공장 설립 또는 합작 공장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부채비율 속에서 향후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행될 경우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규 공장 설립 등 설비투자(CAPEX) 부담이 증가하게 되면 이에 따른 잉여현금흐름(FCF) 적자가 심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미 회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FCF 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며 지난해 2분기에도 CAPEX(528억원)의 2배에 이르는 FCF(-1183억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흐름 잔액이 2600억원 정도 있어 투자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며 상반기 중 미국 진출을 하더라도,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하지 않고도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만기가 도래한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이 각각 8290억원, 811억원으로 상환해야 할 부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가지고 있는 현금성자산을 온전히 투자금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엘앤에프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진출과 함께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사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회사는 사업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양극재 핵심 원재료인 전구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해 LS그룹과의 합작법인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을 통해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4만톤으로 확대해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엘앤에프는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하며 점진적인 수익성 회복을 노리고 있다. 재고자산 관리 강화를 통해 원재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등 안정적인 원가 구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엘앤에프는  향후 하이니켈 양극재 사업과 LFP 양극재 사업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2027년 기준 하이니켈 양극재 사업 비중을 75%, LFP 양극재 사업 비중을 25%로 설정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엘앤에프 측에 미국 진출에 필요한 CAPEX 규모와 자금조달 방안 등을 질의하고자 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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