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중고가 패키지 통했다…불황 속 '나홀로 질주'
비용효율화 작업과 중고가 패키지 판매 확대 효과
대형브랜드로 소비 몰리며 3분기 매출 62.4% 성장
지난해 업계 점유율 12% 돌파…3년새 7%포인트 증가
공개 2025-02-1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에도 티메프 사태를 비롯한 악재가 잇따르면서 여행업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이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가운데 하나투어(039130)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고르게 성장해 눈길을 끈다. 기존 중저가 중심의 패키지 상품을 중고가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영향이다. 여기에 티메프 사태 이후 기업 신뢰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수요 쏠림 현상이 발생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고가 중심 패키지 상품 판매로 수익성 유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 4744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위기' 지속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르게 성장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적자 사업 정리 및 효율화, 하나팩 2.0 출시로 기존 중저가 중심의 패키지 상품을 중고가 상품으로 전환한 점 등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투어는 지난 2021년 하반기 기존 패키지 상품에 자유여행 요소를 결합한 '하나팩 2.0'을 론칭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쇼핑과 선택관광 요소를 모두 제외하고, 관광객들의 수요가 높은 필요 일정만을 최소한으로 배치한 프리미엄 상품으로 낮아지는 패키지 시장의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였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7~9월) 전체 패키지 고객수 기준 중고가 패키지 판매 비중은 29%로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기준으로 패키지 송출객은 2023년 36만명에서 지난해 50만명으로 약 14만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해 4분기에도 59만명을 기록하면서 직전년도 동기(45만명) 보다 늘었다. 3분기와 4분기를 단순 합산 시 패키지 송출객수는 81만명에서 109만명으로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패키지 수탁금(GMV)는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만 두고 보면 지난해 53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4401억원) 대비 22.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하나증권은 지난해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이 약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3년(약 340억원) 대비 47.01% 높은 수치다.
 
실적 성장과 함께 수익성도 확대되고 있다. 하나팩 2.0이 출시되기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계 영업이익률은 2.34%에 불과했다. 영업수익 대비 영업비용은 97.66%에 달하면서 수익의 대다수가 영업비용으로 지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비용 비중이 92.13%로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률은 7.87%로 늘었다. 직전년도 동기와 비교해도 약 0.03%포인트 늘었다.
 
 
 
브랜드 쏠림 현상에 실적 성장…이익률 '꼴찌' 탈출
 
여기에 하나투어가 실적을 유지한 또 다른 이유로는 업계 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출국자 1992만명 중 259만명이 하나투어를 통해 출국했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13%에 이른다. 2위 업체인 모두투어(080160)는 141만명을 내보내며 점유율 7.1%를 차지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는 하나투어(12.2%), 모두투어(6.2%), 노랑풍선(104620)(4.8%) 순으로 점유율이 높았다. 특히 하나투어의 점유율은 하나팩 2.0을 출시한 이후 지난 2021년 5.28%이던 점유율은 2022년 9.04%, 2023년 12%를 돌파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하나투어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여행사가 수익성 약화를 겪었다. 엔데믹 이후 수요 회복이 기대되면서 업계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소비심리 저하와 티메프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 동기(122억원) 대비 약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나증권은 모두투어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116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랑풍선은 3분기 누계 기준으로 4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1분기까지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직전년도 동기(17억원) 대비 2배 이상 급격하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면서 2분기(4~6월) 65억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계 기준 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IR협의회 등은 노랑풍선의 연간 영업이익이 3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노랑풍선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2분기 영업손실은 티메프 영향이 컸다"라며 "엔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좌석을 미리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했으나 고환율과 고금리·고물가나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저하되면서 3분기까지 손실이 누적됐다"라고 설명했다. 
 
참좋은여행(094850)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잠정) 21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64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영업이익률 역시 9.35%에서 2.64%로 급감했다. 
 
매출 성장률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4744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 동기(2921억원) 대비 62.42% 성장하며 업계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여행사는 모두투어로 지난해 3분기 1964억원으로 직전년도 동기(1269억원) 대비 54.78% 늘었다. 이어 노랑풍선은 같은기간 732억원에서 1051억원으로 43.56%, 참좋은여행은 491억원에서 647억원으로 31.78% 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아롬 삼성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여행산업은 비교적 시장 진입이 낮은 특성으로 대부분의 사업체가 영세하고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라며 "여행상품 특성상 미리 체험할 수 없는 무형의 상품으로 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