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WM)①전문성 살려 기업부터 개인까지 '정조준'
고령화 사회, 부자 겨냥 서비스 신사업으로 제 격
업종 불문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유치 치열
공개 2025-02-1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이 자산관리 센터에 힘을 싣는다. 이종 업권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규모를 키우는 등 확대일로다. 통상적으로 자산관리(WM)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 업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법무법인도 각 사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송무와 자문업무를 넘어 고령화 시대에 대할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과 은행권의 자산관리 차별점과 각 사의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업권의 비이자이익 핵심 중 하나인 자산관리(WM)시장에서 법무법인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와 변화하는 슈퍼리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은행은 비이자이익 수익 확대를 위해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왔다. 특히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비금융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법무법인도 각 로펌의 특색을 살려 팀과 센터를 구성했으며,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전문성과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이뤘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자산관리, 법무법인 새 수익원 부각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10대 로펌은 모두 자산관리 관련 전문 팀을 운영하고 있다. 로펌에 따라 형태와 규모가 다르지만, 자산관리는 법무법인 공통 새 먹거리로 부상했다. 은행업권이 자산관리 센터를 집중해 키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산관리가 자리잡게 된 것은 고령화 영향이 크다. 지표누리에 따르면 올해 고령화 지수는 199.9명이다. 1990년에는 20명, 2000년에는 34.3명이었으나 수치가 치솟았다. 고령화지수는 65세 이상 인구와 14세 이하 인구의 비율로, 소년인구 100명당 노인인구가 몇 명인지를 나타낸다. 인구고령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국가통계포털(KOSIS)은 10년 뒤인 2035년 고령화지수를 406.7명, 2045년에는 462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20.3%에서 20년 뒤에는 37.3%로 늘어난다.
 
점차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산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진 데다 고액자산가 수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칭한다. KB금융(105560)의 한국부자보고서에서 전년 말 기준으로 산정한 한국 부자 수는 지난 2020년 35만4000명에서 2024년 46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부자 수가 30.2% 늘어났다.
 
고령화와 고액자산가 증가가 맞물리면서 은행과 로펌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전통적인 자산관리 대표 주자인 은행이 본업인 이자 수익 이외에 눈을 돌린 것은 성장 한계 때문이다. 은행업권의 특성상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은행의 주 수익은 이자이익이다. 기업과 개인에 내어준 대출에 대한 이자를 받는다. 이자이익은 은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조달 금리에 따라 수익 폭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영업 대상에 대한 한계점도 있다. 우량한 기업으로는 대기업이 가장 먼저 꼽히지만 수가 한정돼 있는 데다 개인 대출도 인구수 등을 감안하면 급진적인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이 예대 마진 외 사업 확장에 나선 이유다.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표다. 은행업권은 특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고액자산가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펌들도 신사업 분야 진출로 인한 수익원 다양화가 주목적이다. 산업 변화에 따라 AI 등으로 자문과 송무 업무를 확장하고 있으며, 자산관리와 가계승계도 그 일환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법무법인의 실적은 전년 대비 대부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은행의 홍콩H지수 ELS 사태를 비롯해 기업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한 송무 및 자무 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로펌은 맡게 되는 케이스의 수와 규모에 따라 성장이 결정된다. 실적 변동성도 크다는 뜻이다. 로펌에 있어 자산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장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로펌 측 설명이다. 
 
업권 전문성 살리되 서비스 확장 '공통점'
 
이 같은 추이를 읽고 은행과 로펌은 특히 고액자산가와 기업에 특히 초점을 맞췄다. 4대 은행은 모두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 ‘KB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신한은행 ‘프리미어 PWM’, 우리은행 ‘투체어스’, 하나은행 ‘클럽원’ 등이다. 
 
은행의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존재한다. 지난해 12월에도 국민은행과 지주 계열사들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를 개관했다. 신한은행도 신한프리미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도 센터를 갖췄다. 우리은행은 두 곳, 하나은행은 클럽원 한 곳을 보유 중이다. 
 
은행업권은 기존의 금융서비스 이외 비금융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고객 자산을 배분하고 재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전용 상품을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금융 서비스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센터에서 와인을 제공하는 한편 공연을 기획해 선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고객 초청 골프대회를 개최하거나 자녀의 유학 상담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고객 커뮤니티 조성과 유지, 요양 컨설팅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로펌의 경우에도 서비스를 확장했다. 과거에는 가계 승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산관리도 자문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는 가계 승계, 조세, 가족 분쟁이 주요 케이스였다면 이제 신탁 등으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서비스 폭을 넓히면서 팀의 규모를 확장하고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신탁과 상속, 성인후견 등 자산의 승계와 관리를 모두 진행하는 로펌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추세다.
 
법무법인 화우의 경우 지난해 10월 외부에서 신탁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을 확대했다. 자산관리센터를 확대 개편해 고객 자산 관리를 위한 법률과 세금 분야 전문성을 올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경우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다. 변호사를 비롯 세무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 50명으로 가사상속·자산관리팀을 꾸렸다. 마찬가지로 유언신탁을 비롯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자산관리승계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문 초기에 센터의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법률 지지원을 제공하기로 하기도 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해 자산 승계 외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올라가고 상속 분쟁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라며 "로펌별로 전문성을 강화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