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대표 1년, 수익성 회복과 사업 확대 성과브로커리지 수익 비중 높아…IB 확대는 생존 문제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채권과 PF 중심 사업 확대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키움증권(039490)이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기존 강점을 가진 브로커리지가 해외주식 거래량 증가로 힘을 보태면서 기업금융(IB) 확대에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숙원이던 초대형 IB 진출에도 한발짝 다가서면서 취임 1년을 맞은 엄주성 대표의 다음 행보에 이목을 쏠린다.
엄주성 호, M&A와 DCM으로 위기 넘고 실적 회복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매출 11조2803억원, 영업이익 1조98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8%, 영업이익은 94.50% 상승한 수치로 당기순이익도 89.43% 늘어난 8349억원을 기록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키움증권)
앞서 키움증권은 2024년 초 엄 대표이사가 취임할 당시 창사 이래 가장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2022년 한미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불황과 더불어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발 하한가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를 잇달아 겪으며 2023년 4분기 영업손실 277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영풍제지 사태의 경우
영풍제지(006740) 관련 미수금이 4333억원으로 당해 영업이익 5647억원에 달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이듬해인 2024년 키움증권은 수익성 회복과 더불어 사업영역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키움증권의 회복은 브로커리지 수익이 이끌었다. 지난해 키움증권 위탁매매 수수료 규모는 전년 6556억원 대비 8.7% 증가한 712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증시 불황으로 인해 3184억원으로 9.0% 감소했지만 해외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이 1067억원에서 2088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덕분이다.
올해 실적이 뜻깊은 이유는 키움증권이 숙원인 IB부문 확대도 함께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2093억원으로 전년 939억원 대비 122.9%나 증가했다.
특히 인수합병(M&A)시장 인수금융 부문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고 채권자본시장(DCM)에서 291억원의 수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9.4% 증가했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한 해 DCM에서 경쟁 증권사를 제치고 중위권에 안착했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지난해 DCM 주관실적은 84건 3조1500억원으로
삼성증권(016360)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키움증권은 까다롭다고 알려진 롯데그룹 계열사의 채권발행을 주관하는 한편 낮아진 금리로 리파이낸싱에 나선 증권사의 주관 업무도 맡아 실적을 쌓았다.
이어 인수금융에서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L&파트너스의 프랜차이즈업체 맘스터치에 대한 4000억원 규모 리캡(자본구조재조정)과 IMM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금융에도 참여했다.
지난 달에는 기세를 몰아 DCM 주관실적에서 작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1월 키움증권의 DCM 주관실적은 총 15건 8397억원이다. 지난해 1월 484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것으로 경쟁업체인 삼성증권의 10건 6906억원을 웃돌았다.
취임 2년차, 초대형 IB 진출 '과제'
결과적으로 2024년은 키움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로서 역량을 증명한 한해라는 평가다. 하지만 단기적인 실적 회복으로 안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최대 위협은 현재 수익을 회복한 브로커리지 시장의 경쟁 심화다.
대신증권(003540)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지난해 3분기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20.4%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토스증권에 내줬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업체로서는 토스증권이 국내 기존 증권사들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라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한 키움증권이지만 향후 시장 점유율 방어 여부가 중요해졌다”라고 평가했다.
(사진=키움증권)
이에 따라 키움증권의 사업 다각화는 단순히 사업 영역 확대가 아닌 생존 문제가 됐다. 키움증권의 3분기까지 사업수익은 1조2348억원이다. 이중 브로커리지 수익이 820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직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격해지는 증권사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다각화는 중요해졌다.
키움증권은 올해 1월1일자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전담 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2022년부터 초대형 IB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번 조치는 이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상반기까지는 인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초대형 IB는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00% 한도로 만기 1년 이내 단기어음 발행이 가능하다. 키움증권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024년 3분기 기준 4조8222억원이다. 초대형 IB 진출이 이뤄진다면 최대 9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키움증권은 올해는 DCM과 PF를 중심으로 한 IB 확대를 추진해간다는 계획이다. 시장 환경이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고 부동산금융에선 사업성이 저평가된 사업장을 발굴한다면 충분히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시장 채권 발행금리 하락과 그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기대돼 DCM과 PF에서의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라며 “올해도 작년에 이어 초대형 IB 진출과 더불어 IB부문에서의 확대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