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화승인더(006060)스트리가 최근 화승비나에 대한 채무보증을 연장했다. 화승비나(Hwaseung Vina)는 아디다스와 리복 등 주력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베트남 소재 법인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이어오다가 올해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화승비나가 화승인더스트리 연결 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다 주력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어 화승인더스트리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가 지난 2021년부터 40%를 상회하고 있어 향후 재무건전성 대응 방안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사진=화승인더스트리 홈페이지)
화승비나, 화승인더스트리 거쳐 ODM 제품 판매하는 구조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승인더스트리가 지난해 계열회사인 화승비나에 보증을 선 357억원을 1년 더 연장해 채무보증기간을 내년 12월30일로 늘렸다. 이번 연장 건을 포함해 화승비나에 채무보증한 금액은 총 1632억원에 이른다. 전체 계열회사에서 채무보증한 금액 5652억원 중 28.87%에 이르는 수치로, 인도네시아 법인에 채무보증한 금액(2679억원) 다음으로 높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지난 2002년 리복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지속하기 위해 베트남 동나이성 인근에 화승비나를 설립했다. 현재 화승비나는 아디다스 코어풋웨어(Core-Footwear), 인라인 러닝, 리복, 리복 로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오더를 받아 제조자 개발 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화승비나는 화승인더스트리를 통해 아디다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화승비나가 화승인더스트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완제품을 생산한 후 화승인더스트리에 다시 판매하면,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비나로부터 매입한 제품을 아디다스에 판매하는 구조다. 화승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화승인더스트리는 아디다스 ODM 대금 중 3%를 제외한 금액을 화승비나에 지급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비나에서 발생한 매입거래는 지난해 연간 기준 3533억원으로, 2022년(6829억원) 대비 감소했다. 매입거래는 한 기업이 그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 혹은 개인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매입거래 규모는 화승비나의 연간 매출 4216억원 중 83.80%에 이른다.
화승비나의 매출액은 화승인더스트리와의 매입 거래 금액과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승비나의 매출액은 2019년 7756억원 이후 2020년 6926억원, 2021년 4876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2022년 7283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4216억원으로 재차 급감했다. 같은기간 매입거래 금액은 2019년 7035억원, 2020년 6226억원, 2021년 4250억원, 2022년 6829억원, 2023년 3533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화승인더 연결 매출서 34%차지·주력 제품 생산 '높은 영향력'
이 가운데 화승비나의 매출이 인더스트리 연결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개년 평균 34.18%를 기록하고 있다. 화승비나가 화승인더스트리 연결 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다 주력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화승인더스트리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 여파로 화승비나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지난 2021년 123억원 첫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손익은 2022년 201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149억원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해 3179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올해 3594억원으로 13.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9억원에 이르던 당기순손실도 149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3분기 말 부채비율도 225.59%로 지난해 말(235.79%) 대비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과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3분기 말 각각 192.8%, 46.6%로 낮지 않다. 특히 총차입금 8160억원 중에서 단기성차입금이 7185억원으로 88.0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조4259억원을 기록하던 화승인더스트리의 매출액은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인해 2020년 1조298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21년 1조3655억원, 2022년 1조9130억원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가다 지난해 1조4666억원으로 감소했다.
화승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기업설명회(NDR)에서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객사인 아디다스로부터 받는 수주만으로도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데다 신규 고객사를 유치할 경우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신규 설비 투자 없이 FCF로 차입금 상환에 집중한 후 부채와 이자비 부담이 경감될 때 멀티 바이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화승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난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화승비나의 실적은 선방했다고 본다"라며 "재무건전성과 상관없는 채무보증 연장 건으로, 지난해 화승인더스트리의 실적 저하는 케미칼 부문에서 발생했던 만큼 해당 부문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