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가 철강 산업 불황으로 인해 향후 영업활동현금흐름 확대에 집중하는 재무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6% 줄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소폭 늘렸다. 매출채권 축소 및 재고자산 감축으로 현금 유입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는 내년에도 철강 산업 회복이 더디고,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금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어적 재무 기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철강 사업 수익성 감소에도 현금흐름 개선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포스코는 별도 기준 매출액 28조2751억원, 영업이익 1조15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29조5956억원)은 4.5%, 영업이익(1조8197억원)은 36.7% 감소한 모습이다. 특히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조1627억원에서 7551억원으로 35.1% 감소했다.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지만 회사로 유입되는 실질적인 현금을 가늠할 수 있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2조9629억원에서 3조5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중국산 저가 철강이 전 세계 철강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어 포스코도 수익성 감소가 나타났지만 실제 현금 유입이 늘어나며 재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철강사들의 수익은 철강 가격에서 원재료 비용을 뺀 밀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이에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을 확대하려면 철강 가격이 상승하거나 비용 지출 축소 등이 필요하다. 다만, 철강 가격 상승은 가능성이 낮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인해 국산 철강의 가격 상승이 어렵고, 지난해 9월 1톤당 12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수요 감소에 올해 9월 1톤당 93달러로 하락했다.
포스코의 철강 사업 부문(별도 기준)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포스코는 매출채권 축소로 들어올 자금의 유입을 촉진했고, 매입채무 등 지출될 자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운전자본 관련 현금흐름은 2144억원 유입으로 지난해 3분기 현금 유출(4068억원)에서 반전됐다.
감가상각비 등 실제 자금 지출이 없는 거래 및 실제 사업과 무관한 지출 등을 조정한 조정 항목은 큰 차이가 없었고, 이자비용 등도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따라서 올해 3분기 포스코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755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1627억원)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운전자본을 통해 지난해보다 개선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줄어들며 현금이 유입됐다. 올해 3분기 포스코는 매출채권 감소의 영향으로 1738억원 현금 유입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이 증가하며 5981억원 현금 유출이 나타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가동률이 낮아지며 철강 생산량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매출이 늘며 재고자산도 감소했다. 재고자산을 줄인 까닭에 포스코는 올해 4251억원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 축소에 따른 현금 유입(9929억원)보다 유입 폭은 줄었다.
또한 포스코는 매입채무 및 미지급금 등 부채 감소폭을 억제해 자금 지출 규모를 줄였다.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향후 지출이 예정된 부채로, 매입채무 등의 감소는 현금 상환을 의미하므로 현금이 감소한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매입채무로 인한 현금 유출이 10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입채무로 인한 현금 유출이 4979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아울러 올해 3분기 미지급금으로 인한 현금 유출(1337억원)도 전년(3873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철강 업체들은 운전자본 지출 감축 등 이른바 허리띠 졸라매기식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재고 소진 등 운전자본 조절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불황 개선 불투명…현금흐름 중심 재무 지속 전망
철강 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포스코의 영업현금흐름 확보 중심의 재무 경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조짐이 있다면 재고 확보 등 지출을 늘리는 등 현금흐름도 다소 느슨하게 운영할 수 있으나, 철강업계는 철강 업황의 회복 시기가 언제가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지출 관리 필요성이 커진다.
포스코의 현금흐름 내역을 살펴보면 불황의 특성을 볼 수 있다. 우선 올해 3분기 포스코는 매출채권을 줄이는 등 신용 거래 비중을 낮췄다. 이에 1738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이 늘며 5981억원이 현금 유출이 있었던 것과 대조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매출채권회전율은 6.14회로 지난해 3분기(5.83회)보다 높아지며 현금 유입을 촉진했다.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을 빠르게 끌어들여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매출채권회전율과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은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 액수와 유입 속도가 함께 빨라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울러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재고자산 감축에 따른 현금 유입 효과도 줄었지만, 여전히 현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까지 부진한 내수 시장을 수출로 만회했는데, 그 과정에서 재고자산 규모를 줄이며 현금흐름을 개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포스코의 총재고자산 규모는 6조3543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8006억원)에서 6.6% 줄였다. 동시에 지난해 3분기 87.6%였던 가동률을 85%로 줄인 점도 재고 감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로는 24시간 가동되고 운영을 멈추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가동률을 낮추기 쉽지 않다.
한편 현재 양해각서(MOU) 단계지만 포스코가 인도 지역 합작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향후 재원 확보 차원을 위해서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지출을 효율화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차입보다는 자체 현금흐름 등을 통한 투자 재원이 재무 위험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꼽힌다. 일관 제철소 사업의 정확한 규모는 미정이지만, 일관제철소의 사업 규모가 약 10조원으로 추산되는 까닭에 포스코는 해당 사업에 총 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투자 재원 확보 방안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매년 포스코가 내는 EBITDA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현금흐름 등을 통한 재원 마련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