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사옥 팔아 1천억원 배당…'IMM' 엑시트 시작되나
올해 3분기 분기 배당만 1029억원 규모
지난해부터 적자에도 배당금 크게 늘어
인수 당시 대비 주가 76% 급락…배당금으로 회수하나
공개 2024-11-07 11: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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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한샘(009240)이 안정화되지 않은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대 분기배당을 단행했다. 올해 순이익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배당이지만,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옥까지 매각한 기업으로서는 이례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상암동 한샘 사옥.(사진=한샘)
 
순이익 1500억원 중 1000억원 배당…배당수익률 1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1주당 6200원 규모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총액은 1029억원에 달한다. 이는 분기는 물론,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 규모 배당이다.
 
한샘의 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 2019~2021년 한샘은 매년 주당 1200~1550원, 총 194억~224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그러다 연결 기준 7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2022년에는 주당 800원, 총 131억원을 배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순손실이 621억원에 달했지만, 총 747억원(주당 4500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한샘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 1조4179억원과 영업이익 273억원, 당기순이익 15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1조4649억원, 영업손실 95억원, 당기순손실 280억원) 대비 매출은 약 500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는 주당 2330원, 총 386억원을 배당했다. 3분기에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1029억원의 배당이 진행되는 것이다.
 
배당을 위한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충분한 상태다. 다만 이처럼 적극적인 배당이 지속됨에 따라 한샘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7748억원에서 2022년 말 6885억원, 2023년 말 5476억원으로 매년 약 1000억원씩 줄었다. 올 들어서는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며 6월 말 기준 5973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샘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9.48%에 달해 249개 상장사 중 가장 높았다. 주당 배당금은 4856원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지주(316140)(7.27%)와 기업은행(024110)(7.26%), 삼성증권(016360)(7.21%), 스카이라이프(053210)(7.11%) 등도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됐지만, 한샘과의 격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확보 위한 사옥 처분…배당 적정성 의문
 
한샘은 2022~2023년 2년 간 이어진 적자를 올 들어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9월 서울 상암동 소재 본사 사옥을 글로벌 부동산 투자기업 하인즈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8호에 매각했다. 거래 규모는 3200억원이었다. 당시 회사는 사옥 매각 목적으로 ‘전사 자산의 효율적 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샘은 이 거래에서 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8호의 지분 26.32%를 200억원에 취득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또한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인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딜을 진행했기에 향후 사옥 재매입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년의 영업실적 부진에도 한샘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74.5%, 순차입금의존도는 14.4%로 각각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보유 현금 역시 꾸준히 1000억원대를 유지 중이다. 6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672억원이다. 상암동 사옥을 처분해 유동성을 긴급히 확보해야 할 수준의 재무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3분기 배당으로 1000억원이 나갈 경우 현금 보유액은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이에 배당을 통한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금 회수 본격화에 무게가 쏠린다. IMM PE는 지난 2021년 1조4514억원을 들여 한샘을 인수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IMM PE는 하임 유한회사(18.95%)와 하임2호 유한회사(15.19%)를 통해 한샘의 지분 35.4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주당 22만1000원이던 한샘의 주가는 6일 종가 기준 5만2100원으로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날 주가 기준 IMM PE의 손실률은 76.4%에 달한다. 이에 사옥 매각 등을 통해 배당 재원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배당으로 최대주주의 엑시트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샘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일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1년 말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배당성향 확대, 분기 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등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당사의 배당 가능 이익액이 올해 배당 총액보다 높아 여력이 충분하며, 개선되는 수익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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