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석유화학)③국내 탄소중립 정책 '경제성 결여'
주요 국가, 넷제로 목표 달성과 함께 경제적 이익 창출 도모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탄소중립 목표…경제적 수익모델로 '전환'
한국,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경제 성장도 중요"
공개 2024-10-2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17: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별 탄소 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와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나 전략·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폐기물 재활용과 탄소배출권거래제 같은 시스템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탄소중립 정책은 주로 탄소 절감에만 집중해 경제 성장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경제 성장의 촉매로 삼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이에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정책적 접근과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경제적 기회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 탄소중립 경제모델 개발에 ‘앞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넷제로 목표 달성과 함께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에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탄소중립을 경제 성장과 연결시키는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통해 매년 수십만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있다.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위치한 엑손모빌의 폐기물 재활용 공장은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첫해에만 약 1800톤(400만 파운드)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했다. 이 양은 대략 3억6000만개의 비닐봉투를 재활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매립이나 소각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재활용 제품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엑손모빌은 2026년까지 연간 45만톤(약 10억 파운드) 규모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석유화학 업계가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영국의 석유화학 업계는 강력한 환경 규제와 정부의 재활용 촉진 정책에 따라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2022년 도입된 플라스틱세를 통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자재의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 세금은 제조업체가 재활용 비율이 낮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해 톤당 200파운드(약 34만원)를 부과해 기업들이 더 친환경적인 대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 아래 BP와 같은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존 석유 제품의 대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BP는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바이오 연료와 같은 저탄소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BP는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통해 생산된 바이오 연료는 기존의 석유 제품보다 훨씬 낮은 탄소 배출량을 기록하게 하고 있다. 이 기술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21년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탄소중립 목표를 경제적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들이 설정된 탄소 배출 한도 내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는 기업들이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러한 계획은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수익성보다 탄소절감에만 '집중'…지속가능성 떨어져
 
반면, 한국의 석유화학 업계는 아직 탄소중립을 경제 성장과 연결하는 데 있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탄소중립 정책은 주로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석유화학 기업들이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탄소 감축 목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나 제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작고한 박호정 전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다분히 온실가스 감축정책 위주로 구성된 반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탄소중립을 선언한 주요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기후변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일부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정책적, 기술적 한계를 과감하게 극복하고 주요국처럼 탄소중립 정책을 경제적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활용에너지에 대한 시장 형성과 함께 소비자 인식 제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재활용된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라며 "재활용 에너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재활용 에너지 사용을 원하는 시장이 어느정도 형성돼야 기업도 여기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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