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토탈솔루션 기업인
탑머티리얼(360070)이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결정하면서 자금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탑머티리얼은 이번 투자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투자 결정은 재무적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향후 자금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탑머티리얼)
3개 분기 연속 적자 기록…현금도 넉넉지 않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탑머티리얼은 116억3880만원 규모의 신규시설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탑머티리얼의 LFP 양극재 제조공장 준공은 내년 8월로 계획돼 있다. 신설될 제조 시설에서는 연간 약 3000톤 규모의 LFP 소재뿐만 아니라 탑머티리얼이 수년 전부터 개발을 진행해 온 차세대 하이망간계 양극재(LMNO, LMRO) 생산도 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공장이 지어지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LFP 양극재 양산이 시작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온 만큼 LEP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LEP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지만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탑머티리얼은 이번 투자 외에도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어 재무 체력이 버텨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평택 산업단지 내 토지 취득에 26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 2월에는 생산설비와 유틸리티 구축에 141억원을 투자했다. 이번에 추가된 116억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총 투자 금액은 516억원에 이르게 된다.
현재 탑머티리얼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200억원으로,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23억원이 있다. 현금성자산으로 부채 상환과 이번에 투입되는 116억원의 투자금을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크게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이후 계속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자금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탑머티리얼은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2억원, 36.4억원까지 성장했지만 4분기 들어 성장세가 꺾이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탑머티리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55.4억원, -10.9억원이었으며 올 1분기에는 246.6억원, -0.3억원을 기록, 2분기에는 197.8억원, -5.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탑머티리얼은 최근 3개 분기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되는 신규 시설 투자를 진행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도 대규모 투자 강행
아울러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이라 불리는 성장이 정체되는 구간에 진입하며, 배터리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신규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배터리 소재 시장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투자로 설비를 완공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FP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 특히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로 인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즉, 탑머티리얼이 이번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더라도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탑머티리얼이 직면한 자금 압박은 향후 사업 전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탑머티리얼이 이번 신규 투자로 LFP 양극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긍정적인 전략이지만, 현 재무 상태로는 자금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적자를 벗어나 수익성 회복을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탑머티리얼 측에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도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이유와 현금흐름 개선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