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시대가 온다)①연내 빅컷 기대 사라져…고민 커진 '한은'
한 풀 꺾인 금리 인하 기대감…물가와 실업률 지표에 변동
예상치 하회한 물가에 4분기 중 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
금리 인하 방향성, 금리, 채권·IB 회복으로 모아지는 전망
공개 2024-10-11 08:3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16: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나긴 고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기존 5.5%에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어렵다. 물가와 환율이 더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금리를 유지하기에는 가계부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분간 중금리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의 금융 환경을 분석하고, 주요 자금조달 시장의 흐름을 검토해 향후 한국 금융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9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하지만 속도만 다를 뿐 인하라는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국내 금융업계는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고 내년까지 한미 금융당국의 점진적인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다.
 
기준 금리 인하, 기대 못미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고용지수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 증가하며 예상치인 15만명과 8월 기록인 15만9000명를 크게 상회했다. 앞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명분이 된 고용 둔화가 해소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9월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성명을 통해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관한 리스크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9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빅컷(0.5%p 인하)'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얀 네브루지 TD 증권의 금리 전략담당자도 "시장의 관심은 이제 빅컷이 아니라 11월에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으며,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재설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달 중순에 발표되는 물가지수에 따라 또 다시 시장의 전망이 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븐 주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데이터가 금리 인하 폭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방향성은 그대로…속도가 관건
 
국내서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9월 빅컷 당시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지금은 방향성은 변함 없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고 10월 지정학적 원인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과 농수산물 물가 상승에도 10월이 9월 지표보다 낮을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11월로 늦출 명분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10월 금통위에서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지난 9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쳐 시장의 예상치인 2% 내외를 크게 밑돌았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3%대로 반등하기도 했으나, 4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2.0%대를 유지 중이다.
 
한편으론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하 전부터 꿈틀거리고 있는 아파트 가격 상승 문제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이다. 지난 8월 725조4천억원 5조6029억원 증가한 수치다. 앞서 지난 8월엔 증가폭은 역대 최대였던 9조625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출잔액 증가는 주택 구입 자금 때문이다. 주택 구입 목적으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은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 10조3516억원이 취급됐다. 하루 평균 3천451억원 규모로 8월에 기록한 3596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바로 10월에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도 있다”라며 “이번 10월 금통위에선 한 차례 추이를 더 확인하고 11월에 인하할 것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금융환경의 도래, 중금리가 미칠 시장의 영향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저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점진적인 금리 인하에는 시장의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결국 이제 남은 과제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따른 금융 산업의 향방과 대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 점도표 (사진=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발표한 ‘금리인하기 진입, 금융업권별 영향 점검’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의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변수로는 미국의 경우 실업률과 물가지표에 따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하 기조 변화 등이 꼽혔고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가 금리 결정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이어 전반적인 금리 인하 기조는 새로운 금융환경의 도래로 평가됐다. 특히 자금조달 시장에서는 채권 평가 수익의 증가에 따른 시장회복과 금리 인하에 따른 거래량 확대가 투자금융(IB) 부문에서의 전반적인 회복을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업계의 총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35%로 이중 채권별 비중은 국채·지방채 26%, 특수채 30%, 회사채 44%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 보유채권 평가이익은 증가한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증권업계에서 부담이 됐던 채권자산은 이제 평가손실 대신 실적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B부문에선 은행 예금 금리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주목한다. 한신평은 예금과 적금과 같은 안전투자자산의 비교우위가 떨어지고 주식과 부동산 등 상대적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 이후 IB부문의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에 “아직 주택가격 상승 등 변수가 있지만 4분기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조달 비용 부담 완화와 채권 운용 수익 증가 등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편,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시장 회복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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