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및 강한 주주환원정책 지속에 차입 부담 '가중'올 상반기 부채비율 229.5%…적정 기준 넘어서친환경 사업 도전하지만 단기간 내 개선 어려울 듯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당분 기업공개(IPO)를 또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과거 3차례 IPO에 도전했지만, 여러 이유들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올해 초 분위가가 반전되면서 또다시 HD현대오일뱅크의 IPO 도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지만, 재무구조 악화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와 함께 투자 및 배당 부담으로 인해 차입금 감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단기간 내에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올 상반기 순 차입금 9조원…차입금의존도 47.6%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가 당분간 네 번째 IPO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2022년 세 차례 IPO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후 올해 초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으로 선임되고, 계열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HD현대오일뱅크도 4번째 IPO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겪은 상황에서 누적된 차입금으로 재무구조도 좋지 않아 IPO를 재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앞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유가 하락으로 운전자본부담이 완화됐지만, 정기보수 등 자본적지출(CAPEX) 8180억원과 주주환원정책 강화 기조에 따른 6131억원의 고배당 지급 등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은 27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유가가 상승하면서 운전자본 투자 및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배당금 지급으로 3030억원의 FCF 적자가 반복됐다. 올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9조3082억원을 기록, 순차입금/EBITDA 5.6배, 차입금의존도 47.6% 등 전반적인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부채비율도 229.5%로 적정기준인 200% 이하를 한참 넘어섰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22년 시황이 좋지 않아 도중에 IPO를 포기한 적 있다. 그 이후로 IPO 관련해서는 여전히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정유사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네 번째 IPO 도전은 아직까지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사업 통한 재무개선 효과 시기 '관건'
HD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에너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2021년 95억원에 불과했던 친환경 미래에너지사업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214억원까지 증가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85%에서 40%까지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 비중을 영업이익의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친환경에너지 사업 가운데 주력했던 수소 사업에서 화이트바이오 사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소시장의 확장세가 지지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옥수수나 콩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화학제품 및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앞서 회사는 2021년 △수소 제조와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바이오 매스 기반의 제품 제조,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신재생에너지 제조,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 등의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 사업의 진척이 더뎌지면서 지난해 3월에는 재생연료(열분해유 포함)의 개발과 제조, 수송, 저장, 판매, 수출업 등에 관한 일체의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회사는 이 같은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연산 13만톤 규모 바이오디젤 공장을 상업 가동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일본에 SAF 수출을 시작한 상태다.
SAF는 동·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및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배출량을 80%까지 낮출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 규제를 위해 내년부터 EU 내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연료의 2%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반할 시 1톤당 항공유 값의 2배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서 SAF 혼합유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대산공장 내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BD) 공장 건립을 시작으로 2025년 이후 연산 50만톤 규모의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친환경사업을 통해 단기간 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화이트바이오 사업 투자를 비롯해 기존에 진행하던 수소 사업까지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CAPEX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무구조가 더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에너지 사업으로 급격하게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에 SAF를 수출한 것 역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수출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는 미국발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비용절감 회의를 열고 수익성 재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의무화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