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침체된 저축은행 업권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예대마진 중심인 단순한 수익구조가 고금리에 특히 취약해서다. 저마다 수익 다각화에 고심인 이유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은 유가증권 등 자산 운용을 다각화해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IB토마토>는 주요 저축은행의 자산운용 현황을 수익 포트폴리오를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SBI저축은행이 자산운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초창기부터 쌓아 올린 투자금융(IB)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가증권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보유한 4개 언론사 유가증권 지분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SBI저축은행 인천지점. (사진=SBI저축은행)
유가증권 비중 늘려 실적 '양호'
10일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225억원이다. 전년 동기 68억원 대비 157억원 증가했다. 업권 부진에도 불구하고 SBI저축은행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총수익이 늘지 않았으나 유가증권 수익은 증가하고 총비용은 줄어든 영향이다.
SBI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유가증권 등 IB부문의 노하우를 일찍이 쌓았다. 최근 들어서는 총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렸다. 자산 기준 1위로, 6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조8787억원이다. 상반기 말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대출채권, 현금 및 예치금, 유가증권 순으로 덩치가 컸다.
규모는 대출채권이 10조6687억원, 전체의 76.87%을 차지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출채권이 대부분의 자산을 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가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규모를 키웠다. SBI저축은행 유가증권 자산은 1년 새 7963억원에서 1조3929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비중도 5.11%에서 10.04%으로 높아졌다.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권에서 유가증권 운용 규모 기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IB부문의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는 IB부문과 개인금융에 각자 대표도 선임해 회사를 경영했다. 특히 IB사업부에도 4팀을 두고, 상반기 기준 약 40~50명 규모로 구성했다. 지분투자를 비롯해 주식연계채권투자, 자산유동화 증권 및 대출, 집합투자기구 투자 등도 운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유가증권은 통상적으로 채무증권과 지분증권 중 취득 시점에 따라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한다. 단기간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가증권은 단기매매증권으로, 단기매매증권과 만기보유증권 이외의 유가증권은 매도 가능 증권으로 구분한다.
상반기 SBI저축은행의 단기매매증권 장부금액은 381억5890원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보유 주식을 판매하면서 장부 금액은 감소세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평가손익도 줄었는데, 상반기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된 주식 평가손익은 2억5373만원이다.
지난해 말 SBI저축은행 보유 주식 중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한 주식의 장부금액은 27억8630만원에서 6개월만에 8억9116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상반기 중 알멕을 비롯해 두산로보틱스(454910) DS단석(017860) 등의 주식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3억3907만원에서 장부가가 15억원으로 뛰면서 11억7157만원의 평가손익을 SBI저축에 안겼다.
자산운용 효율화…4개 언론사 지분 처리 '골머리'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주식에도 변동이 생겼다. 6월 말 기준 매도가능증권 장부금액은 1조3548억원으로, 이중 주식의 장부금액은 1234억2619만원이다. SBI저축은행이 보유한 언론사 4사 주식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됐다.
SBI저축은행은 10년 넘게 보유하고 있던 언론사 4사의 주식을 온비드에 공매로 내놨다. 7월 초부터 입찰을 실시했으나, 지난달까지 한 달간 모두 유찰로 끝났다. 연합뉴스티브이 보유지분을 7월30일까지 7회에 걸쳐 공매를 진행했고, 매일방송과 제이티비씨가 8차, 채널에이가 10차까지 입찰을 이어갔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SBI저축은행이 언론사 지분을 공매로 내놓은 것은 묶여있던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함이다. 6월 말 기준 각 사 장부금액은 ▲제이티비씨 8700만원 ▲매일경제티브이 20억1677만원 ▲연합뉴스티브이 7억7980만원 ▲채널에이 5억2680만원이다. 취득 원가 대비 하락 폭이 크다.
보유 지분에 따른 손상차손 누계액도 점차 쌓였다. 제이티비씨가 13억7910만원, 매일경제티브이가 4억8333만원, 연합뉴스티브이 2억2020만원, 채널에이가 6억2320만원을 기록했다. 손상차손누계액은 취득원가와 장부가액의 차를 뜻하며 커질수록 취득 때와 비교해 손해가 커진다.
주식 가치가 점차 떨어지자 공매를 진행해도 유찰이 반복됐다. 최저입찰가격은 차수가 갈수록 떨어졌는데, 연합뉴스티브이의 경우 1차수 최저입찰가격인 16억원에서 11억7600만원으로, 매일방송은 30억원에서 20억9600만원으로 급락했다. 채널에이와 제이티비씨도 각각 10억원에서 6억3000만원, 제이티비씨가 15억원에서 3억1400만원으로 줄었다.
마지막 회차가 유찰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공매로 올라온 4사 중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주식은 연합뉴스티브이뿐이다. 매물이 공매로 올라온 이후 최종 차수까지 공매를 진행했음에도 유찰된다면, 마지막 최저 입찰가 이상 금액으로 수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번 수의계약으로 SBI저축은행은 연합뉴스티브이의 지분 매각으로만 11억76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됐다. 다만 나머지 언론사 지분은 팔리지 않아 자금 효율화가 언제 진행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유가증권 등 IB부문 세팅을 해왔고, 일정 규모 이상 저축은행들은 본업 이외에도 수익을 창출해 외형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언론사 지분 공매 유찰은 종합편성채널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