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공습)③철강업계, R&D 부담 가중…정부지원 '확대' 시급
포스코·현대제철 연구개발비 증가 추세
탄소 규제 강해지는데…소극적 세제 혜택만 머물러
일본은 기금 조성해 조 단위 수소환원제철 개발 지원
공개 2024-09-0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6: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자국 내 철강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을 늘린 결과다. 이에 미국은 공정한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두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두 나라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갈 곳 없는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전망해 보고, 이로 인한 국내 철강 산업이 받는 영향 및 향후 국가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수립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업계가 저탄소·탈탄소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철강 산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연구개발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저탄소·탈탄소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 등 소극적 지원에 머물러 있어 강해지는 철강 탄소 규제 기준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업계의 궁극적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등에 자금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지원 규모가 일본에 비해 적어 향후 철강업계의 저탄소·탈탄소 속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대한 연구개발 비용 자체 부담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이 올해 상반기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지난해보다 모두 증가했다. 연구개발비 증가는 저탄소 철강 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21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928억원)에 비해 13% 증가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152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77억원)에서 19.2% 증가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등 막대한 비용이 동반되는 연구개발비를 앞으로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국내 철강 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철강 수요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최근 중국발 철광석 가격 급락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으로 향후 철강 산업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26일 기준 국제 철광석 가격은 1톤당 96달러로 2023년 이래로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철강 제품 가격이 철광석 가격에 연동되는 만큼 철광석 가격 하락은 매출 확대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전력 비용 등 제조 비용은 높은 까닭에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의 연구개발 비용에만 최대 2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향후 기술개발 후 고로 폐쇄에 따른 매몰 비용과 유동환원로 등 신규 설비 비용은 40조~5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포스코는 정부보조금 없이 연구개발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연구개발비 내역에서 정부보조금은 0원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5억원, 올해 상반기 9억원가량의 정부보조금을 지원 받았지만, 회사 전체 연구개발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원은 미흡한 가운데 전 세계적인 저탄소 규제는 강해지고 있어 빠른 연구개발 성과가 요구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오는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유럽연합 기준 이상일 경우, 수출 국가에서 지불한 탄소 배출 가격을 제외하고 추가로 1톤당 탄소배출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한다. 해당 탄소 규제는 2034년까지 점진적으로 강해진다. 이에 저탄소 철강 체제가 자리 잡지 못하면 수출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 대폭 확대 약속했지만…일본에 비해 적어
 
그동안 철강 산업을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저탄소 철강 생산 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산업부는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수소유동환원(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에 관한 예산지원은 소극적이었다. 수소환원제철에 관련된 예산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분광 수소유동환원 기술개발에 169억원, 신전기융용로에 100억원 투자 등 총 269억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저탄소 철강 지원금(2416억원)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데에 편성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적었다.
 
아울러 기존 연구개발의 혜택의 효과가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올해 1월 수소환원제철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며 포스코는 연구개발비의 30~40% 세액공제를 받는다. 세액공제 혜택은 기업의 연구개발을 장려할 때 주로 사용되는 제도지만, 매년 연말 정산 과정에서 지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이에 간접 혜택보다 직접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일본제철·JEF스틸·고베제강에 수소환원제철의 조기 상용화에 개발 지원금 2조3600억원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조엔 규모의 녹색 혁신 펀드를 조성했으며 지난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20조엔 규모의 GX(녹색 전환) 경제 이행채를 발행해 전 산업에 탈탄소 이행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도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일본에 비해 적다. 산업부는 8월29일 산업계와의 만남에서 2030년까지 2000억원을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에 지원하겠다는 새로운 지원 계획을 밝혔다.
 
다만, 산업부의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은 5조2790억원으로 2022년(5조4324억원)을 밑돌고 있는데다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에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부 측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자금 지원 형식으로 할 지 여부에 대해 “8월29일 산업계와의 만남 자리는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성격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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