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산 철강 수입 관세 7%서 25%로 대폭 인상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중국산 철강 대미 수출 장벽도 높아질 전망한국, 열연강판 수입 규제 가능성 낮아…수입 증가 가능성 높아
저렴한 중국산 철강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자국 내 철강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을 늘린 결과다. 이에 미국은 공정한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두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두 나라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갈 곳 없는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전망해 보고, 이로 인한 국내 철강 산업이 받는 영향 및 향후 국가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수립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매년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중국산 열연강판의 양이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폭 늘어난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증가는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들의 위기는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에 따라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갈등의 강도가 심해지는 데다,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갈 곳을 잃은 중국산 열연강판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포스코)
멈추지 않는 중국산 철강 수입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열연강판 물량은 92만20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91만톤)에서 1.3% 증가했다. 중국산 열연강판은 지난 2022년 상반기 수입량 74만8000톤을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산 열연강판은 지난 2010년대에도 국내로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353만4000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20년 105만5000톤으로 5년 새 3분의 1 이하로 대폭 줄었다.
2010년대의 중국산 철강 수출 증가는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 능력을 대폭 키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과잉 생산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국 내 부동산 및 인프라 수요가 컸기 때문에 철강 과잉 생산 문제는 해소됐다.
다만, 지금은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까닭에 큰 폭으로 늘어난 철강 과잉생산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없는 까닭에 쉽사리 열연강판 등 철강 수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열연강판은 국산에 비해 제조원가가 낮아 국내에서도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1톤당 70만원 초반으로 70만원 중반 이상인 한국산 열연강판에 비해 5%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고금리 등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문제가 커지면서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국내 철강업계도 중국산 열연강판 사용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의 수익성은 올해 2분기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2분기 매출은 9조2770억원, 영업이익은 418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각각 9.9%, 50.3%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시기 매출이 7조1383억원에서 6조414억원으로 15.4%, 영업이익은 4651억원에서 980억원으로 78.9% 줄어들었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철강 수입 증가 전망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중국산 열연강판 등 철강 제품이 수출될 곳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 전반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을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7.5%에서 25%로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어 7월에는 멕시코를 우회하는 수입산 철강에 대해서도 관세 25%를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무역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에 장기적인 공급망 재편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삼성증권(016360)은 향후 있을 미국 대선과 상관없이 공화당과 민주당 두 양당이 모두 대중국 견제 정책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두 국가 간 긴장 관계가 더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무역 제재 강도가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은 철강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24시간 365일 가동해야 하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생산을 줄이기 어려워 생산은 지속되고 있다. 철광석 등 화물을 운송하는 해상 화물운임(BDI지수)은 지난 7월 말 기준 1708로, 올해 1월 말(680)에 비해 2.5배가량 상승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철광석 물량 증가 등의 영향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 철강업계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막힌 중국산 철강이 중국의 인접 국가로 수출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자유무역의 상호적 성격상 한국의 경우 대중 무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열연강판 등 수요가 많은 반제품에 대한 수입을 규제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국산 열연강판을 소재로 채택한 국내 철강업계의 상황도 무역 장벽을 세우기 어려운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초 포스코는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국내 열연강판 시장을 지키기 위한 다방면의 검토에 들어간 바 있으나 현재 사실상 철회한 상태로 파악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향후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수입 규제 가능성 등을 묻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특성상 철강 원료 수입을 규제할 경우 수출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