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부진한 실적에 적자까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차입을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미국 신재생에너지 지원 보조금을 현금화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사진=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화학 부문 동시 '적자'
8일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올 2분기 매출 2조6793억원, 영업손실 10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20.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신재생에너지와 화학 사업이 동시에 적자를 낸 탓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반기에만 영업적자 2771억원을 기록한 데다 화학사업도 상반기 3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재생에너지 등 일부 사업부문의 영업손실이 적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특히 영업외손익에서 부채 부담에 따른 금융손실 1317억원 등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3298억원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렸다. 미국 자회사인 한화큐셀 조지아는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8.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미국 태양광 수급과 모듈 가격 반등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올해 태양광 모듈 재고는 약 45GW로 지난해 미국 태양광 수요에 육박할 전망”이라면서 “미국의 AI 데이터센터향 태양광 설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동남아·한국·인도향 수입 감소, 신증설 프로젝트의 지연·철회 등으로 내년부터는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복구되고 가격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무구조 악화 가속도…유동성 확보 나서
한화솔루션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분기 순차입금은 10조40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8745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185%로 같은 기간 38%포인트 높아졌다.
한화솔루션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국내외에서 2조원을 차입할 계획이다. 올 들어 순손실이 7777억원에 달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데 따른 결정이다. 회사는 발행액만큼을 자본으로 회계 처리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을 발행해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를 피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한화큐셀 조지아는 유럽은행인 나티시스와 산탄데로, 소시에테제네랄 등의 대주단을 통해 그린 신디케이티드론 7억달러(약 9727억원)를 조달했다. 이달 중에는 독일 자회사인 Q에너지솔루션이 2억스위스프랑(약 3112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찍을 예정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8000억원에 달하는 사모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영구채 만기는 30년으로 발행 3년 뒤 조기상환(콜옵션)할 수 있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연 1.3%포인트 올라가는 스텝업(금리상향 조정) 조항도 담겨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특징을 고려하면 2분기 기준 185%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170% 초반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한화솔루션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현금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현지에 배터리와 태양광 제조시설을 갖춘 국외 기업에 세제혜택을 제공하면서 이러한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미 대선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정책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러한 흐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관련 정책지원이 마련된 북미 시장을 거점으로 삼고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돌턴 공장은 8.4GW 규모의 모듈을 생산하고 연내 준공 예정인 카터스빌 공장은 잉곳과 웨이퍼, 셀, 모듈까지 수직계열화된 통합생산단지다. 카터스빌 가동이 시작될 경우 연간 AMPC 보조금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처럼 AMPC 보조금을 조기 유동화 할 경우 할인율은 3~5%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가 매각한 AMPC에는 4% 할인율이 적용된 점을 고려하면 한화솔루션도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분기 연속 적자와 함께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되자 한화솔루션은 최고 경영자를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한다.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빠른 인사로 경영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신임 대표이사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업부장을 역임한 남정운 현 여천NCC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한화그룹에서 제조 및 연구개발(R&D), 사업기획, 인수합병(M&A) 등 폭 넓은 직무 경험을 가진 홍정권 현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전략실장이 이끌 예정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실무적인 것들은 새로운 체제로 바뀌었고 공식적인 인사 이동은 내달 임시주총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