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①애큐온저축은행, 실적 회복에…매각설 또 수면위로
최대주주 PEF 투자회수 시기 저울질
실적 회복세에 매각가 상승 전망
공개 2024-08-0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8:0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무색하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투자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래는 전무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해 M&A 적기로 봤으나 어느 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IB토마토>가 회사별 속사정과 외면받는 이유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애큐온저축은행의 매각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상위 지배기업이 차익 실현을 노리는 사모펀드(PEF)인 만큼 엑시트(투자회수)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최상위 지배기업이 자주 바뀌던 것과 달리 현재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는 비교적 긴 기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곤두박질치던 실적도 회복세에 돌입해 매각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애큐온저축은행 본사(사진=뉴스토마토 DB)
 
최대주주 6년째 그대로…회수 시기 도래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큐온저축은행의 최상위 지배기업이 바뀐 지 6년이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는 2019년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애큐온캐피탈의 100% 자회사다. 애큐온캐피탈의 지분 97%가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애큐온저축은행의 최상위 지배기업도 교체됐다.
 
애큐온저축은행 최상위 지배기업 변동의 역사는 길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972년 2월 삼아무진으로 설립됐다. 1994년 한솔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2002년에는 한솔상호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5년 에이치케이상호저축은행으로 다시 바꾸고 이듬해에는 애슐론과 현대캐피탈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이후 큰 변동 없이 지내다 2014년부터 2년간 최상위 기업이 애슐론에서 KT(030200)를 거쳐 JC플라워로 세 차례나 바뀌었다.
 
JC플라워가 인수한 뒤 2017년 지금의 애큐온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다음해에는 애큐온캐피탈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JC플라워의 역사도 길지 않다. JC플라워는 2019년 베어링PEA의 아고라엘피에 지분 전부를 매각한다. 2022년에는 스웨덴의 EQT파트너스가 베어링PEA를 인수해 현재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BPEA EQT다.
 
2000년 들어 주인이 자주 바뀐 이력이 있는 만큼 최근 수년간 변화가 없자 M&A 가능성은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모투자펀드의 경우 4년에서 5년 내 수익실현을 위한 엑시트를 단행한다. 베어링PEA가 지분을 사들인 지 6년 차에 접어든 대다 업권 대비 양호한 이익 창출력을 보이고 있어 매각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9년 베어링PEA는 약 7000억원을 들여 애큐온캐피탈의 주식 97%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은 베어링PEA가 이미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베어링PEA가 자본재조정(리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리캡은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기존 차입금을 갚고, PEF에 배당하는 방식이다. 리캡은 피인수기업이 인수 당시 몸값보다 성장했을 경우 대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당시 애큐온저축은행과 애큐온캐피탈의 실적이 인수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해 기업가치도 올릴 수 있었다. 2022년 애큐온캐피탈과 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실적 선방에 매각가 '긍정적' 신호
 
애큐온저축은행의 매각설에는 실적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실적이 악화된 것에 비해 양호한 당기순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적자전환했던 애큐온저축은행은 올 1분기 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권이 대부분 적자를 낸 것과 비교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이 1분기 당기순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영업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영업수익은 1246억원으로 7.1% 증가했으나 비용은 줄어들었다.
 
 
자산 규모도 선방해 5위권 저축은행으로 도약했다. 지난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총자산은 5조34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01억원 감소했으나, 페퍼저축 등 타 저축은행 대비 규모가 작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업권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나 상승하고 있는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과제다.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93%로 지난해 동기 4.92%에 비해 2.01%p 커졌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3.8%에서 5.27%로 올랐다.
 
하지만 애큐온저축은행이 시장 지위가 높아지고 실적과 건전성 모두 선방하면서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M&A 걸림돌은 매각가 차이다. 올 1분기 기준 애큐온저축은행은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어 매각하려는 입장에서는 가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큐온저축은행 측은 이와 관련 불황 속에서도 안정된 지배구조로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애큐온저축은행은 김정수 대표이사를 재선임했다.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고 올 연말까지 순이익 300억원 목표 달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실적을 관리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대표는 “임기 동안 모회사 애큐온캐피탈과 대주주 EQT 간 협력을 바탕으로 건전성 지표 등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겠다”라며 “애큐온저축은행은 ‘100년 서민금융’ 저축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업권 내 우량한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