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아이, 70억에 딥마인드 품으로…사업 다각화 '의문'
무인항공기 제조업 등 사업목적 정관 추가
양사 간 접점 없어 시너지 기대 어려워
M&A 전문가 김병진 회장 입김 커진 듯
공개 2024-08-0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17: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딥마인드가 적자에 허덕이던 피피아이(062970)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딥마인드는 무인항공기 등의 사업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구상이지만 양사 간 접점이 없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김병진 회장이 딥마인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어 엑시트(투자회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상보다 낮은 인수가격…실적·재무 악화 이유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피아이 최대주주였던 김진봉씨는 보유 주식 140만주(총 주식수 986만8409주의 14.19%)를 딥마인드플랫폼에 70억원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피피아이는 지난 4월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초 매각가액은 200억원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고, 김 대표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 매각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3분의 1 수준인 70억원에 거래가 성사된 것은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기준 피피아이의 시가총액도 2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최근 피피아이 행보를 보면 낮은 인수가는 예견된 결과다. 김진봉 전 전남대 응용화학과 교수가 학생 20여명과 학내 벤처로 출발했던 피피아이는 2019년 12월26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2022년을 빼고 전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월 피피아이가 최근 3사업연도(2021~2023년) 중 2사업연도가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 차감전 계속사업 손실이 발생한 것을 이유로 관리종목지정 우려종목으로 분류키도 했다. 
 
재무상태도 불안정하다. 피피아이는 2021년 자본금 47억원으로 자본총계 36억원을 넘어 부분 자본잠식된 바 있다. 이듬해에는 결손금이 줄고 자본총계가 4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자본잠식은 벗어났지만, 최근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지난 1분기 결손금이 123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자본총계가 지난해 73억원에서 올 1분기 55억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 6월23일 유상증자로 1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지만, 2분기 적자 확대로 결손금이 늘어날 경우 자본잠식 가능성이 크다. 
 
피피아이 OPS (사진=피피아이 홈페이지 갈무리)
 
M&A 전문 김병진 회장, 시너지보다 재매각?
 
경영권을 확보한 딥마인드는 사업다각화로 피피아이의 실적 부진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딥마인드 최대주주가 M&A 전문가로 알려진 김병진 회장이 소유한 메타플렉스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 전문업체 피피아이는 평판형광회로(PLC)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PLC 광파장 분배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KT(030200),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지의 해외에도 진출했다. 주력 상품은 광선로 모듈(OPS)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79.67%(115억원)를 차지했다. 2022년 OPS 매출이 15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6.87% 감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피피아이는 오는 1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무인항공기·무인비행장치 제조업, 드론 외주제작, 무인비행장치 수리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딥마인드의 주요 사업은 온라인커머스와 스마트카, 여성 속옷, 스킨케어, 버추얼미디어 등으로 추가 사업목적과 접점을 찾기 어렵다. 양사 기술이나 제품으로 시너지를 낼지도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피피아이 인수에 김병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딥마인드 최대주주는 현재 메타플렉스외 4인(44.78%)이다. 메타플레스는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딥마인드 지분 29.44%를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 회장의 또다른 개인회사 '플레이크'가 딥마인드의 전환사채(CB)를 인수, 지분 5.42%를 추가 확보했다. 피피아이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된 조헌정 딥마인드 부사장도 김병진 회장이 인수 후 매각했던 경남제약(053950) 대표이사 출신이다.
 
김 회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 'M&A 큰 손'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5월엔 당시 경남바이오파마(현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레모나’ 제조사인 경남제약을 42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5년 만인 지난 4월 경남제약을 휴마시스(205470)에 매각해 6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었다. 2021년엔 라이브플렉스(현 EX큐브) 지분을 427억원에, 클라우드에어 지분을 105억원에 매각하면서 엑시트했다. 김 회장 개인 소유의 플레이크를 통해서는 라이브플렉스와 클라우드에어 지분을 각각 144억원, 394억원에 매각해 총 1071억원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딥마인드 지분도 야금야금 늘려갔다. 2020년엔 딥마인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로 경남바이오파마가 참여해 지분 20.16%(4098만3606주)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 4월 딥마인드가 낸 9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엔 메타플렉스가 참여해 지분 64.46%(1472만1602주)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남바이오파마 최대주주인 바이오제네틱스컨소시엄(투자조합)은 김 회장과 위드윈홀딩스가 각각 50%를 출자해 설립했다. 메타플렉스도 김 회장 소유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회장이 기업 매각으로 차익을 얻는 M&A 전문가로 시너지보다는 가치 제고 후 재매각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딥마인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피피아이를 인수한 것은 (공시한 대로)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IB토마토>는 피피아이 측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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