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스 이용이 잦아졌다. 시작은 딸내미였다. 얼마 전 용돈을 현금이 아닌 토스카드로 받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변 친구들이 쓰기 때문이란다.
용돈을 줘야 하니 일단 가입부터 했다. 한 마디로 쉬웠다. 계좌 개설부터 자녀 등록까지 일사천리다.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 덕에 서비스를 계속 추가했다. 내친김에 타 은행계좌, 카드까지 연동시키고 외화통장도 만들었다.
설정이 끝나자 홈 화면에 토스뱅크를 포함한 모든 계좌가 한눈에 보인다. 스크롤 한 번이면 한 달간 쓴 액수와 다음달 카드 결제대금이 차례로 뜬다. 아래로 딸내미 용돈 지급현황이 나온다. 가계부도 알아서 정리해준다. 지출항목 삽입 선택도 간단하다. 인식 오류를 손쉽게 해결한다. 어느샌가 토스만 쓰고 있다.
딸은 더 하다. 은행 앱에서 하루 종일 논다. 사이버 머니로 주식투자를 하고 고양이도 키운다. 친구들과 마라탕을 먹고 토스로 나눠낸다. 친구끼리 필요한 돈을 토스로 주고받는다. 할머니께 받은 용돈도 토스로 넣어달라고 가져온다. 어느샌가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갈무리
토스를 보면 기존 틀을 없애거나 깨면서 성장했다. 먼저 송금 수수료를 아예 없앴다. 요즘 은행이나 각종 페이에서 송금이 자유로운 것도 토스 덕이 크다.
이자에 대한 고정관념도 깼다. 2021년 토스뱅크 출범 당시에는 ‘지금 이자 받기’라는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내놨다. 매일 이자를 받게 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내놨다. 말 그대로 기다릴 필요 없이 가입과 동시에 이자를 받는다. 결과는 성공적. 다른 은행도 뒤늦게 비슷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올 초에는 환전수수료도 공짜로 만들었다.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도 무료다. 해외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도 따로 돈이 들지 않는다. 7월 초 가족 해외여행에서 토스 덕을 많이 봤다. 카드 한 장으로 필요한 만큼 수수료 부담 없이 뽑아 썼다. 환전 금액이나 수수료 고민 없이 가볍게 다녀왔다. 심지어 외화통장에 외화를 환전해서 넣어두면 자연스럽게 환투자가 된다. 수수료가 무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환율 변동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은행권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덩달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토스의 부채질에 5대 은행이 수백원에 달하는 환전수수료를 포기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출시 석달 만에 100만 좌를 돌파한 뒤 현재 140만을 넘은 것을 보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토스는 외화송금 수수료도 없애기로 했다. 외화통장 고객끼리는 하루 최대 500만원을 무료로 송금할 수 있다. 시작은 8월20일부터다.
다른 은행은 또 고민에 빠졌다. 역마진을 감수하기가 갈수록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왼쪽)와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25일 PLCC 출시 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했다.(사진=토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토스뱅크는 하나카드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도 선을 넘었다. 알려진 바로는 사용금액의 최대 2%를 깎아준다. 연간 120만원이다. 한 달에 10만원 꼴이다. 상한선을 지운 느낌이다. 연회비 2만원에 역대급 혜택을 제공한다. 이제는 은행을 넘어 카드사까지 프로모션 개발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간단했다. 무료로 제공할 방법을 찾았고, 개발자들은 현실로 만들었다. 개발자 비중이 절반이 넘기에 가능한 일이다. 5대 은행과 저축은행, 인터넷은행과 경쟁해야 하니 과감할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마진도 줄였다.
물론 방법을 찾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의사결정 문제가 남는다.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이자를 앞서 지급하고 캐시백을 늘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은행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토스 앱 홈 화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은행 앱과 달리 홈화면에 자체 상품 광고 대신 연결된 계좌현황이 뜬다. 자사 앱에 남의 계좌를 띄운 셈이다. 가계부나 내야 할 카드값도 메인에 배치했다. 수익과는 거리가 먼 서비스다.
하지만 이용자가 늘었다. 10대, 20대는 물론이고, 이들을 자녀로 둔 40~50대 가입자도 증가했다. 특히 만7세에서 16세만 가입할 수 있는 선불충전식 유스카드는 200만장 가까이 발급됐다. 20대의 경우 확보 고객 비율이 3명 중 2명으로 부동의 1위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정기공시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1분기 생산성은 2억49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케이뱅크와 7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시중은행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하나은행과 비교해도 1억6000만원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이는 실적과도 이어져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수신구조가 요구불예금에 편중돼있다. 고객이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예금이 손쉽게 빠져나간다. 토스뱅크의 선이자예금이 이러한 수신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상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낮고 사업구조가 비슷한 인터넷은행과도 경쟁해야 한다.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이 여의치 않은 점도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연체율 상승도 대비해야 한다.
이렇듯 토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갈 길이 멀다는 우려도 있고 머지않아 금융 플랫폼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확실한 것은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각종 수수료 무료, 캐시백 확대 등 소비자 효용이 증가됐다는 점이다. 다른 은행이 뒤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쉽다. 여력이 있으면서 선수를 치지 못한 탓에 고객 이탈을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토스의 앞날을 걱정하는 건 적어도 소비자는 아닐 것이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