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롯데케미칼 보증 없이 올해 첫 단독 발행…수요예측서 일부 '미매각''총액인수' 증권사→개인투자자 추가 청약서 소진 유력SK에코플랜트도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자회사 편입 후 '시험대'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건설채'에 대한 온기가 점차 회복 중인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수요예측 결과와 전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 대상 채권 판매에 집중하는 사례가 포착되는 반면, 수요예측부터 투자심리가 쏠리며 흥행을 기록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이달 공모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이와 비슷한 사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 본사.(사진=뉴시스)
기관 수요예측선 '시큰둥'…추가 청약 노리는 롯데건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9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770억원의 매수 주문 만을 받으며 '완판'에 실패했다. 롯데건설은 1.5년물 1200억원, 2년물 300억원어치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 1.5년물에 570억원, 2년물에 200억원 주문이 접수됐다.
이번 수요예측은 모회사인
롯데케미칼(011170) 보증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지분 44.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실제 지난 2월 회사가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롯데케미칼의 신용 보강을 받았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이 A+인 데 비해 롯데케미칼은 AA였기 때문이다. 모회사의 보증 덕에 신용등급 AA 기업 채권에 해당하는 연 4%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롯데케미칼의 경영 상황이 올 초 대비 악화되면서 롯데건설은 모회사의 보증 없이 회사채 공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2년 이상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신용평가 3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034950),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오는 8~9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증권, 전자단기사채, 회사채 1700억원의 차환을 위해 이번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에선 모집액 절반 수준의 주문밖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완판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시장에선 냉각된 건설경기 속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발행 주관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00억원을 총액인수하기로 했고, 인수단에 참여한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003540)도 각각 150억원의 총액인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롯데건설의 회사채를 모두 인수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추가 청약을 통해 판매하게 된다.
GS건설(006360)은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서 280억원의 주문만 확보한 바 있다. 이후 추가 청약에서 개인투자자들 대상 판매가 완료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HL D&I(014790) 한라 역시 지난달 6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560억원 주문에 그쳤지만 추가 청약에서 모든 물량이 소진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채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 대상 추가 청약을 통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가뭄 속 흥행 이어가려는 SK에코플랜트…계열사 편입 후 '시험대'
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오는 25일 1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1년물 300억원, 1.5년물 400억원, 2년물 600억원 등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001510),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는 올해 1월 같은 규모 회사채를 공모 시장에서 발행한 이후 올해 두 번째 발행이다. 당시 13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 이상인 70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2560억원으로 증액해 발행한 바 있다. 신사업 투자 과정에서 가중된 차입금 부담에도 건설부문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부문 비중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번 발행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SK(034730)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반도체 모듈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소재 제조 기업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반도체 계열사 두 곳의 자회사 편입으로 기존 보유한 환경사업과 반도체 인프라 등과 관련한 플랜트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모두 우수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가 또 한 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오는 9월까지 3040억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신규 자회사 편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수요예측 흥행을 경험한
DL이앤씨(375500)의 사례가 거론된다. DL이앤씨는 지난 2일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05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높은 재무건전성과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