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가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증가로 몸살을 앓으면서 1조원 규모의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대해진 조직을 일부 정리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조직 슬림화에 따라 인력 감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포스코 내부에 따르면 인력 감축보다 비대해진 지원 부서를 정리하고 사업 부서에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멈추지 않는 중국산 철강 유입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국내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열연강판은 83만7000톤으로 2023년 같은 기간 80만4000톤 대비 4.1% 증가했다. 아울러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톤당 600달러(한화 약 82만원) 수준이었던 중국산 열연강판 1톤 수입 가격은 올해 500달러(한화 약 70만원)대로 하락했다.
향후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2580만톤으로 2016년 이래로 분기 수출 최대치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2023년 한 해 동안 생산한 철강(3568만톤)의 72%에 달한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고로를 24시간 늘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고로 보수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생산을 멈출 수 없다. 꾸준히 생산이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 내 철강 소비는 침체됨에 따라 중국이 철강 수출을 계속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가 중국산 철강이 국내 시장에서 지분을 늘리는 까닭에 포스코는 1조원 규모의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통해 저렴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의 원가절감 방안은 크게 공정 자동화 등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해 생산성 향상·조직과 인사쇄신 및 문화 개선 등이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원가절감 방안이 향후 전 직군에 대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가절감 1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정 자동화를 확대하는 일련의 조치가 결국 인력 감축과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원가절감 성공 사례…인력 감축 여부는 미지수
과거 권오준 회장 재임시절 포스코는 지금과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 2011년 연간 238만톤이었던 중국산 철강 수입 규모는 2016년 353만톤으로 5년새 48.3% 증가했다. 이에 당시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원 원가절감을 추진해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원가절감 조치에는 인력 감축이 포함됐다. 당시 권오준 회장은 부실 계열사 정리와 함께 인력 감축을 단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2013년 정준양 회장 시절 1만7832명이었던 포스코 임직원수는 2016년 권오준 회장 당시 1만6584명으로 7% 줄었다.
인력 감축에 따라 2014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2조4100억원에서 2016년 2조8443억원으로 1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4.1%에서 5.4%로 1.3%P(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2024년 장인화 회장이 과거의 선례에 따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인력 감축을 단행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올해 1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3.3%로 지난해 1분기(2.9%)보다 0.4%포인트 증가하며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상태다. 향후 인력 감축보다는 기존 인력을 사업 부서에 재배치해 사업 부서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포스코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도 인력 감축보다 재배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가 신규 설립한 법인 7개 중 6개가 설비 정비 등 지원 부서였다. 기능이 중복되는 법인이 주를 이룬다. 사업 부서는 호주 저탄소 철강 원료 확보를 위한 사업 법인 1곳이 유일하다.
포스코 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가 인적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대대적인 임직원 인력 감축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 내부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력 감축 등 소식이 그룹 내부에 있었다면 임직원들의 반발이 이미 있었을 것”이라 전했다.
아울러 포스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등을 위해 사업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쇄신안을 준비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