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장기보험 내 예실차 손실이 개선되면서 보험손익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예실차는 지난해 현대해상 실적에 발목을 잡았던 요인인데 올해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실손의료보험 가정 변경 효과와 최근 보험금 청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금 예실차' 개선에 보험손익 증가 전망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003530)은 현대해상의 올해 2분기 예실차 추정 금액을 약 –280억원으로 평가했다. 예실차는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인 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세 부문 가운데 장기보험에서 다뤄지며 마이너스(-) 수치는 비용 처리한다.
예실차 구성은 크게 보험금 예실차와 사업비 예실차가 있는데, 보험사가 미리 가정한 손해액 또는 사업비 예상치와 실제 발생한 금액의 차이로 계산한다. 예상보다 실제 금액이 더 많을 경우 해당 금액만큼 비용으로 반영한다.
예실차 가운데 사업비 예실차는 보험금 예실차보다 규모가 작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실적 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다. 반면 보험금 예실차는 기본적으로 손해액 자체가 크고,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갑작스레 늘어날 수 있어 적극적 관리가 요구된다.
현대해상의 예실차 추이를 살펴보면 사업비 예실차가 ▲작년 1분기 23억원 ▲2분기 –38억원 ▲3분기 3억원 ▲4분기 –99억원 ▲올해 1분기 –158억원이며, 보험금 예실차는 ▲작년 1분기 –487억원 ▲2분기 –902억원 ▲3분기 –477억원 ▲4분기 –80억원 ▲올해 1분기 –313억원이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반영한 손실부담이 실적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해율이나 해약률, 유지율 등 계리적 가정이 핵심인 새 회계 기준 IFRS17 체계서는 가정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는데, 현대해상은 지난해 4분기 실손의료보험 관련 보수적 가정을 한 차례 반영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올 1분기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기준 변경으로 2700억원 규모의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을 환입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지난해 말 보수적 가정 반영이 기반이다. IBNR도 장기보험에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항목이며 실손의료보험 영향이 크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지난해 동기에는 예상치 못한 청구가 다수 발생하면서 보험금 예실차가 크게 부진했다”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 4분기 중 미래 손실부담을 선반영한 덕분에 예실차가 개선되는 것이 손익 증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현대해상)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핵심…"사회 분위기도 중요"
예실차 개선은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특히 실손의료보험 향방에 달렸다.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문제 등으로 보험계약의 손해율이 높아 사실상 손실계약에 해당하는 건들이 많아서다.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사 가운데 실손의료보험 보유계약이 특히 많은 곳으로 예실차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호흡기 질환과 독감 등으로 병원 방문이 잦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보험금 청구가 증가, 대규모 예실차 손실로 이어졌다. 올해도 1분기까지는 감기 관련 이슈가 지속된 만큼 2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예실차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설용진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1월 중 감기 관련 클레임 증가가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예실차 손익 개선은 2분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라면서 “지난해 2분기에 예실차 손실이 대거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한 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해서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보험금 청구가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예실차에서 가장 큰 것은 역시 실손의료보험인데, 손해율이 안정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 “최근 보험사기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이 이슈화되면서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