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휴림네트웍스(192410)(구 더 에이치큐)가 최근 전환사채 발행으로 또 외부자금 수혈에 나서며 다소 무리한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휴림네트웍스는 지난 2년간 적자가 지속됐는데 자산의 80%에 달하는 외부 자금 조달로 부채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자금 조달 금액의 대부분을 타법인 출자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투자 성과에 기업 성패가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환사채 400억원 자산 76% 달해 부채 부담 증가 전망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네트웍스가 제5회차 전환사채(CB)로 400억원을 조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타법인 지분 취득 자금으로 300억원, 운영자금으로 1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만기일은 2027년 10월까지로 표면이자율 0%에 만기 이자율은 3%로 정해졌다.
CB발행 대상자는 팔란티어 투자조합 1호, 폴라리스 투자조합, 줌위 코리아 조합 등이다. 표면이자율은 0%이기에 당장 채무 상환 부담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3년 내로 기업 가치를 올리지 못할 시 부채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발행 대상자가 모두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400억원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데 지난 1분기 휴림네트웍스의 자산 총계는 523억원에 불과했다. 휴림네트웍스는 총 자산의 76.23%에 달하는 금액을 외부 자금으로 조달한 것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128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은 46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부채 비율은 또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휴림네트웍스 부채비율은 2021년 97.80%에서 2022년 20.21%, 지난해 24.88%로 축소된 바 있다. 부채총계를 2021년 391억원에서 지난해 111억원으로 줄인 덕이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24.6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 400억원 전환사채 발행으로 부채총계는 104억원에서 504억원으로 급증하게 됐고, 부채비율은 119.69%로 상승할 예정이다. 통상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안정적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본다.
아울러 휴림네트웍스는 지난 2년 동안 적자가 연속됐다. 2021년에는 이잉잉여금 79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을 내면서 2022년 결손금 115억원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결손금 규모는 254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1분기 결손금은 285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는 2022년 583억원에서 지난해 447억원으로 감소했다. 근본적인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실적 향상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사진=휴림네트웍스 소개 영상 갈무리)
사업 부진에 자금 조달 연속·신사업 방향은 '오리무중'
휴림네트웍스는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전환사채 금액 중 300억원으로 타법인 증권을 취득해 신규사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유상증자로도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을 모집했는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어 사업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휴림네트웍스는 안테나 사업, 로봇 사업, 여행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안테나의 경우 '감마 누(Gamma Nu)' 브랜드 제품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해외 글로벌 통신사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안테나 사업 부문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매출이 하향세에 접어 들었다. 안테나 사업 부문 매출은 2022년 170억원에서 지난해 156억원으로 감소했다. 로봇 사업은 지난 2022년 최대주주가 휴림로봇으로 바뀐 뒤 지난해부터 매출이 나왔는데 11억원을 기록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여행 사업 부문은 더 빠르게 매출이 줄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104억원에 달했는데 2022년 41억원, 지난해 7억원으로 2년 만에 급감했다. 휴림네트웍스는 올해 면세사업 유통 사업을 본격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주력 사업과 연계성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엔 화장품 브랜드 '웰더마'와 국내 유통 계약을 맺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는데 회사 측에 따르면 화장품 사업으로 연간 150억원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휴림네트웍스는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으로 빈번하게 자금 조달을 지속했지만, 신규 사업에 대한 성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휴림네트웍스는 지난 7월1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운영자금 약 10억원을 조달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약 5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마련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을 비롯해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인 휴림에이텍과 파라텍이 참여했다.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60억원과 전환사채 400억원을 합치면 총 460억원인데 이 중 구체적인 목적을 알 수 없는 타법인 지분 취득자금만 350억원에 달한다. 기존 안테나 사업이나 로봇 관련 기업에 투자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신규사업 관련 투자 대상은 발행결정일 현재 미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휴림네트웍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여러 신사업들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대규모 투자 유치로 회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 향상을 통해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