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순자산액이 6개월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점유율 3위 자리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대체투자 부문 분리로 해외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부담을 덜어낸 게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개발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6개월 사이 순자산 5조 증가, ETF 시장 3위까지 노린다
2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액이 10조5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69.90%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4.89%에서 6.63%로 늘리면서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을 위협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순자산총액은 11조4998억원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4445억원 차이만 날 뿐이다. 시장점유율은 7.58%로 뒤를 바짝 쫓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 순자산액 증가를 이끈 ETF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다. 해당 상품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2거래일 연속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개인은 총 52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4일 순자산액 3000억원을 돌파해 27일 현재 3738억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처음으로 선보인 글로벌 반도체 섹터 ETF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도 지난 2022년 11월 상장 이래 꾸준히 순자산액 규모를 늘려 현재는 4394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TF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주도해갈 섹터 선점”이라며 “한투운용은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가장 안 좋을 때부터 반도체 섹터와 관련한 상품을 잇따라 내놔 시장을 선점해왔고 이것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TF에 집중, 신의 한수 된 대체투자사업부문 분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작년까지만 해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체투자 부문 사업부 분할로 수익성 감소를 겪어야 했다. 주력 사업이던 대체투자 부문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분사한 까닭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자산운용업계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오히려 본업인 ETF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2023년 한국투자신탁의 영업수익은 1371억원에서 1110억원으로 19% 줄어들었다.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원인이다. 실제 2023년 수수료수익은 전년 1269억원에서 16.2% 감소한 106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에선 별도 기준 325억원으로 전년 보다 4.5%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을 통한 수익이 아닌 고유 자산을 자사 펀드에 투자해 얻은 지분법수익이다.
하지만 수익 감소가 무색하게 1분기 실적에선 ETF 판매 호조로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수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분리된 대체투자 부문에선 최근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가 만기 내 선순위대출 원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루리얼에셋운용은 만기를 5년 연장했지만 대주단과 협상이 실패하면 도산위기에 놓인다. 2019년 6월 조성된 이 펀드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정부기관이 임차하는 오피스 건물에 투자한 것으로 지난해 말부터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펀드 설정액은 약 900억원으로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68.33%에 달한다. 만약 대체투자 사업부문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갖고 있었다면 손실이 불가피했다.
반도체로 재미를 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성장에 의문이 있었던 반도체 분야를 선점한 것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강점인 리서치 역량 덕분"이라며 "현재는 반도체 이후의 성장 산업 발굴을 진행 중이고 연금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장기·적립식 상품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