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익률 0.1%포인트 개선 그쳐…연간 이익률 하락세 뚜렷유동부채만 3조6760억원…현금성자산보다 많은 단기차입금유상증자로 자금 조달하지만 재무구조 개선 크지 않을 듯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온시스템(018880)의 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무구조 악화는 물론 단기차입금 규모가 현금성 자산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곧 있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지만, 영업현금흐름 대비 과중한 차입 규모와 향후 투자 계획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 개선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시장 업황이 안 좋은 가운데 관련 신규시설 등 투자는 지속하고 있어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사진=한온시스템)
연간 영업이익률 하락 추세…부채비율 282%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올 1분기 영업이익 653억원, 영업이익률 2.7%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652억원, 2.6%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한 수치이지만, 이익률은 0.1%포인트 개선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까지 연간으로 보면 수익률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2019년 6.8%였던 영업이익률은 2020년 4.6%로 떨어져 다음해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2년 3%로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2.9%까지 떨어졌다.
한온시스템이 가진 현금에 비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적지 않다. 올 1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유동부채는 3조5761억원, 이 중 단기차입금이 9675억원으로 유동부채의 27.1%를 차지한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786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을 갚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기타유동자산 4593억원을 더해도 3조원을 훌쩍 넘는 유동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 등에서 빌린 돈에서 발생한 이자비용도 올해 1분기에만 1857억원에 달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재무지표도 흐름이 좋지 않다. 1분기 부채비율은 282.5%, 유동비율은 108.6%를 기록해 적정기준(100% 미만, 200% 이상)을 한참 벗어났다. 최근 5년간의 재무지표 추이를 들여다보면 더욱 악화하는 추세다. 2019년 203%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 283.9%까지 올라 지난해 268.5%를 기록했다. 유동비율도 마찬가지다. 2019년 139.7%에서 2021년 97%까지 감소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70%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1분기 자본적지출(CAPEX)은 1617억원으로 전년 동기(1727억원) 대비 약 110억원 감소했다. CAPEX는 기업이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유무형의 자산을 취득하는 데 지출한 비용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660억원으로 전년 동기(-1551억원)보다 약 1109억원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FCF 적자라는 것은 영업활동만으로는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650억원 규모 유증 결정…대부분 채무상환 자금
특히 1분기에는 영업활동현금이 마이너스(-) 1043억원을 기록한데다 투자활동으로 2501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유상증자 등 재무활동으로 3653억원을 유입했다. 앞서 한온시스템은 지난 5월 3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 이 중 2000억원은 채무상환에 쓰고 나머지 1650억원은 회사 운영자금에 쓴다는 계획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회사는 이를 통해 차입부담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영업현금흐름 대비 차입규모가 과중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재무구조 개선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익성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라며 “조직효율화는 1분기 기준으로 80% 정도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고, 물류비 개선 및 고객사 비용 분담도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 회복을 위해 글로벌 생산공장의 1000여명 이상에 이르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 관련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회사는 전기차 부품 양산을 위해 테네시와 조지아 등 북미에 1163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2조3698억원에 달했던 한온시스템의 자기자본 대비 4.9%에 달하는 규모다. 수주잔고의 약 70%, 신규 수주건의 95%가 친환경차 관련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관련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한온시스템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 거래처의 전기차 판매부진 등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 대비 실적 가시화 시점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가 한국타이어로 변경되면 모회사의 재무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지분 취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