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건설채, 개인투자자 '꿀꺽'…리테일 판매 '숨통'
HL D&I40억 미매각 채권, 8.5% 고금리로 완판 성공
리테일 채권 판매 전략 KB증권 전략 유효성 입증 평가
기관 수요서 외면받던 건설채 발행, 리테일로 한숨 돌려
공개 2024-06-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7: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자본시장(DCM)에서 골칫거리로 떠오른 건설채 발행에서 리테일 판매가 한 줄기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키움증권(039490)과 KB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급 중견건설사 HL D&I의 공모 회사채가 개인 투자자 대상 판매에서 완판했다. 앞서 HL D&I(014790)는 지난 2월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며 시장의 충격을 준바 있다. 하지만 8%라는 고금리가 개인투자자의 투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HLD&I, 회사채 완판 성공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HL D&I가 발행한 1년물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가 완판됐다. 해당 채권은 지난 1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총 600억원 규모 모집에서 560억원 주문에 그쳐 4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앞서 2월 1000억원 규모 발행에서는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미매각 발생시 600억원 중 350억원을 인수한다는 조건을 걸었던 것을 고려하면 건설채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외면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판매에서 완판을 이끌어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8.5%대의 고금리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미매각 물량이 전액 소진됐다. 산은 도움 없이도 채권 발행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채권 발행의 대표 주관은 키움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양 사는 각각 발행 금액 중 125억원 규모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수수료는 0.3%로 통상 채권 발행에서 인수 수수료율로 책정되는 0.15~0.2%보다 높은 수준이다.
 
KB증권 리테일 판매 전략 '통했다'
 
기관투자자가 외면한 건설채 완판을 두고 KB증권의 리테일 판매 전략이 주목 받는다. 지난 5월 진행된 건자재 전문기업 동화기업의 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기관투자자는 150억원 규모 매수 주문에 그쳤지만 주관사인 KB증권은 매수 규모를 기존 300억원에서 400억원까지 늘려잡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조사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시장의 통념을 깼다.
 
당시 KB증권은 미매각된 채권을 리테일망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금리를 뛰어넘는 5.364%의 확정금리가 개인투자자의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동화기업 2년물 금리 5.364%는 실제 6월 현재 국내저축은행의 24개월 평균 금리인 3.47%보다 1.9%p 높다.
 
김상인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매수·매도가 모두 활발한 기관과 달리 개인은 신규 매수가 많아 순매수 금액이 높게 잡히는 편”이라며 “다만 이런 특성을 차치하고도 최근 회사채에 대한 개인 투자자 관심이 매우 커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외면받는 채권, 리테일 판매로 숨통
 
실제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1조9713억원으로 2022년 20조6113억원에 비해 1조3000억원 이상 늘었고, 반기도 채 안 지난 상황에서 지난해 순매수 규모인 37조5620억원의 절반이 넘는 58.4%에 육박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기관보다 높아 이달 20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4조7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타법인(4조5006억원), 은행(3조9004억원)을 웃도는 수치로 개인투자자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최대 투자 집단이 됐다.
 
이에 DCM에선 부동산·건설 관련 회사채 발행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금리를 매력적인 수준까지 올린다면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를 염두에 둔 발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건설채의 경우 다행히 시장이 회복되면서 발행 자체는 시도되는 편”이라며 “문제는 기관 수요인데 최근엔 기관 수요가 다소 미진해도 리테일 판매로 소화가 가능해 시장이 한숨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은 경우 채권 평가손실 문제와 요주의자산과 같은 건전성 지표 등 리스크 관리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 건설 관련 채권 인수가 어렵다”라며 “하지만 기업이 부도와 같은 극한의 상황까지 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주식과 달리 어느 정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금리 또한 예적금보다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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