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올해도 물 건너간 '통 매각'…'쪼개 팔기' 지속할까
자산총계 2000억원대로 줄며 부채비율 3200% 돌파
부동산시장 침체에 매각예정자산 규모 4년 연속 감소
'알짜' 익스프레스 매각 결정에 '시장 흐름 역행' 우려
공개 2024-06-0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18: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9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올해도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다. 홈플러스가 2021년부터 외형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점포 매각을 통한 자산유동화에 이어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보다는 즉각적인 재무 구조개선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인천간석점 메가푸드마켓 (사진=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매각…"홈플러스 매각 계획 없어"
 
4일 유통가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나섰다. 이달 중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유통기업은 물론 이커머스 플랫폼 등 후보군 10여곳과 접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수 9년 차에 접어든 올해에도 홈플러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그나마 시장 경쟁력이 높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했다. 당시 인수대금은 7조2000억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바이아웃(buyout) 거래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컨소시엄은 홈플러스 인수 후에도 2년간 약 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삼성물산과 함께 홈플러스의 합작회사로 참여했던 영국 유통기업 데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8000억원에 매입하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업계의 선도기업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인수 시점부터 실적은 위기에 봉착했다. 회계연도 2015년(2015년 3월1일~2016년 2월29일) 기준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6조7468억원으로 직전연도 7조526억원 대비 감소했고, 같은기간 1944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149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듬해인 2016년(2016년 3월1일~2017년 2월28일)에는 매출액 6조6067억원, 영업이익은 3091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4.68%를 기록했다. 이후 회계연도 기준 2019년 7조3002억원까지 확대됐던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으로 축소됐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면서 2022년 6조6006억원, 2023년 6조9315억원으로 2년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933억원에서 2021년 1335억원 손실로 전환한 이후,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으로 3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지속적인 수익성 약화와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대한 평가 저하 등으로 인해 성공적인 엑시트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한 단계"라며 "올해 내 홈플러스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서대전·안양점 270억원 불과…이자비용 2천억원대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2020년 이후 안산, 대구, 대전둔산 등 점포 매각하거나 시화, 울산, 구미 등 점포를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 등으로 홈플러스 자산을 처분해 차입금 상환 재원으로 활용했다. 이에 인수 시점 당시 4조3000억원 규모에 달했던 인수금융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장부금액 5270억원 규모로 줄었다. 
 
올해에는 서대전점과 안양점을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예정 금액은 270억원 규모다. 이외에도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 등 입점 매장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3곳의 매각 주관사는 유경 PSG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매각예정자산 규모는 2020년 1175억원, 2021년 950억원, 2022년 434억원, 2023년 27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차입금 규모와 이자비용은 여전히 과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차입금은 4조8842억원으로 직전연도(5조1932억원) 대비 약 3000억원 축소됐지만, 같은 기간 자산총계가 9조957억원에서 8조7854억원으로 줄면서 차입금의존도는 59.1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7.1% 대비 2.0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944.03%에서 3211.66%로 급증했다. 부채총계가 2022년 8조2245억원에서 지난해 8조5201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가운데 자본 총계 역시 8712억원에서 2653억원으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다.
 
금융상품 관련 이자비용은 2022년 2259억원에서 지난해 279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이자부담이 지속된다면 서대전점과 안양점을 매각한 비용으로도 이자조차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사업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익스프레스에 대한 매각을 결정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의 매출은 약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이미 성장성이 검증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가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알짜사업'인 익스프레스의 매각을 두고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수익성을 내고 있는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것은 유통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홈플러스의 주인이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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