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은행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돈다. 은행마다 판매한 상품의 조건은 다르지만, H지수의 회복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손실 규모가 상당부분 축소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하기도 한다.
5대 은행(사진=각 사)
3년 만기 대부분…올 초부터 손실 몰려
4일 은행업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건이 5300건을 넘어섰다. 이 속도라면 상반기 내에 8000건을 넘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ELS관련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결과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은 3월 말부터 자율 배상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지난해 말 H지수 기초 ELS잔액은 15조000억원으로, 이 중 56%인 78조7000억원이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하반기 만기 도래 예상액은 4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은 판매사 요인과 투자자 고려요소, 기타 고려사항에 따라 배상 비율이 정해진다. 적게는 배상을 받지 못할 수 있으며 많게는 전액도 배상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배상 대상이 된 상품의 경우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상품이다. 홍콩 H지수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중 50개의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홍콩 H지수 ELS는 지난 2021년 상반기까지 실패할 수 없는 상품으로 통했다. H지수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 지난 2021년 2월17일 H지수는 1만2228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기초 자산 가격이 절반 밑으로 떨어져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고점 이후로 H지수가 지속하락하면서 발생했다. 올 1월에는 H지수가 5001.95로 고점 대비 반토막이 되면서 손실이 가시화됐다. 심지어 ELS 판매액이 가장 많았던 시점이 2021년 상반기다. 대부분 3년 만기 상품이라 올해 초부터 만기가 몰려 손실이 커지게 된 것이다.
H지수 6000대 유지하면 수익도 가능
은행권에서는 상반기 몰려있던 배상 일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하반기에는 비교적 전망이 밝다고 본다. 지난 1월 5001까지 떨어졌던 H지수가 5월20일 6964.99까지 올랐다. 비록 지난달 말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6월3일 기준 홍콩H지수는 전일 대비 2.18% 오른 6531.99를 기록했다.
ELS상품은 크게 '녹인(Knock-in)'형과 '노녹인(No-Knock In)'형으로 구분된다.
녹인형은 일반적으로 매입시점 기초자산의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녹인(손실발생구간)에 한번 이상 진입했더라도 만기 상환 때 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이상일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만기도래 건 중 H지수가 가장 낮았던 2022년 10월 31일 종가기준 4938.56의 2배인 9877보다 지수가 높은 구간에서 발행된 상품은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오는 8월초 만기 상품은 홍콩 H지수 종가가 9000선일 때 가입했기에 녹인에 진입한 적이 없어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노녹인형의 경우 만기상환에서 상환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약정한 이자율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노녹인형은 매입시점의 최초 기준가의 65% 이하일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 6월3일 기준 종가는 6431.99로, 1만0049.22보다 높은 수준에서 ELS를 매입한 경우에만 손실을 보게 된다. 8월초 만기 도래 상품은 대부분 H지수가 9000선이라 현재 수준만 유지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하반기 만기 도래 상품은 노녹인형으로만 구성돼 있고 국민은행은 대부분 녹인형이다. H지수가 6천 선으로 하반기까지 유지될 경우 5대 은행 모두 원금 손실은 없게 되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녹인형과 노녹인형은 상품 구조가 다른 것일 뿐, 어느 한쪽이 더 위험하다고는 볼 수 없다”라면서 “올 하반기 만기 도래 상품 중 녹인형은 손실발생구간에 진입한 적이 없는 건들이 대다수라 H지수가 4900선 이상만 돼도 수익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