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학교가 바뀌고 있다. 상아탑의 상징인 대학은 학문 연구를 넘어 투자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린 대학은 재정자립을 실현하고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등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목승환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를 운용규모(AUM)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대학기술지주로 성장시켜 서울대의 재정 자립에 기여할뿐 아니라 창업 인프라 구축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IB토마토>는 투자와 투자의 공적 역할을 함께 잡고자 하는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를 만나 대학 창업투자사의 면면을 들어봤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이사(사진=서울대기술지주)
다음은 목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대기술지주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대학의 투자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이 국가 예산으로부터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산학협력촉진법이 제정됐고, 그에 따라 대학들이 기술지주를 설립했다. 2008년 한양대에 이어 서울대가 국내 2호 기술지주를 설립했다.
서울대기술지주의 현재 AUM은 1000억원 이상으로 현재 국내 전체 대학 투자사의 운용자금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80여개의 기술지주 중 최고의 투자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기술지주가 운용하는 펀드는 총 12개, 총 투자기업은 191개사에 달한다. 아울러 국내에 현재 약 440개가량의 엑셀러레이터(AC)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AI(인공지능) 반도체 제조사인 리벨리온과 여행용 환전 플랫폼 트래블 월렛 등에 최초로 기관투자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투자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보통 투자사들은 스케일업·엑시트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지만 서울대기술지주는 여기에 공공성과 국가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스케일업은 투자사가 투자 한 후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만약 20억원 밸류에 2억원을 투자했는데, 밸류가 25억원으로 밖에 성장하지 않는다면 투자 수익이 크지 않다.
그에 반해 500억원 밸류에 2억원을 투자했다하더라도, 향후 5조원으로 성장한다면 100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대부분 초기 투자기관들은 투자 후 가치가 10배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이면 관심을 가진다. 두번째는 엑시트다. 향후 투자한 회사의 자금을 수익으로 바꿀 때 구주로 엑시트를 할 것인지, IPO가 가능한 모델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여기에 서울대기술지주는 공공성을 고려한다. 서울대학교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이 잘 되는데 기여해야한다는 목표도 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투자한 기업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기업인가, 대한민국의 전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업인가도 중요하다.
이에 레드오션 등 경쟁사의 파이를 뺏어와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또한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기업들, 가령 AI나 기후테크 등 기업도 있다.
-그렇다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기준은?
△회사 대표와 팀이 실질적으로 긍정적 에너지로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성장성뿐 아니라 기술력도 갖추고 경쟁력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나 회사 대표가 발전하는 즉, 우상향하는 회사에 투자를 한다.
발전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기준을 볼 때 ’PREG’형 인재인지 본다. P는 긍정(Positivity), R은 책임감(Responsibility), E는 활력(Energy), G는 투지(Grit)을 의미한다. 창업가는 팀원이나 사회를 향해 긍정적이고 책임감이 있어야한다. 아울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때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도 있어야한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역경을 딛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투지가 있는 창업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많이 키울 수 있고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에게 투자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여겨보는 기업들이 있다면?
△기술지주라는 특성상 기술 기반의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 기반의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 먼저 자리 잡는다. 서비스란 그 나라의 문화적 토양을 이해할 수 있어야 강점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술 기반은 인종이나 언어에 구애받지 않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AI·로봇뿐 아니라 헬스케어·반도체·에너지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뿐 아니라 학내 벤처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학내 창업의 경우 대학생들의 다양한 시도속에서 순수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학생 창업의 경우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고 사회의 부가가치를 확대한다는 학생들의 순수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이 장점이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학내 창업 등을 지원하고자 한다. 현재 서울대기술지주가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는 서울대 학내와 강남에도 위치해 있다. 아울러 창업지원단과 함께 창업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인 파일러니어는 서울대학교 기계과 학생들이 설립한 회사고, 나눔비타민은 아동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그 외에 서울대학교 내 창업경진대회인 비더로켓 출신인 엔젤스윙, 교수창업회사인 관악아날로그, 연구실창업 사례인 어썸레이 등도 있다.
-대학기술지주의 규제 문제는 개선되고 있나?
△중대한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 과거 본계정 투자 규제는 지분 20% 매입 규정이었다. 자체 자금인 계정을 통해 투자하려면 피투자기업 지분 20%를 반드시 취득해야만할 수 있다. 지분 취득이 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할 수 없었다. 현재는 10%로 지분 규정이 낮아졌고, 유예기간도 길어지는 등 규제가 개선됐다.
아울러 증자 문제도 있다. 투자사는 주식회사로 주주 구성이 자유로워도 된다. 주식회사형태의 대학 투자사는 대학과 계약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려 대학교의 재정자립에 기여하면 된다. 그러나 대학교 투자지주 지분의 50%는 대학이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일부 대학기술지주의 경우 증자를 원해도 대학이 증자에 따른 지분율 감소를 메울 수 없어 증자를 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향후 투자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고금리로 인해 LP들이 벤처 투자 등 다른 투자처에 자금을 투자할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 기준 금리가 1~2%일 때는 벤처 투자 등의 수익률이 좋았지만 지금 금리가 너무 높아진 까닭에 다른 투자처도 많다.
앞으로 벤처 투자 시장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벤처 투자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 100배 수익이 나는 사례가 나와야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펀드도 결성되고 기업들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보수적으로 흘러가면 성공 사례가 줄어든다.
따라서 선순환이 되려면 벤처 투자사들이 투자한 기업 중에 좋은 사례가 나와줘야한다. 그래야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앞으로도 빈익빈 부익부 양상의 벤처 투자가 이어질 것 같다.
-앞으로 서울대기술지주의 목표가 있다면
△단순 투자뿐 아니라 창업 인프라 구축도 함께 진행하고 싶다. 지금도 창업보육센터를 서울대 캠퍼스뿐 아니라 강남에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대 시흥캠퍼스·평창캠퍼스와 연계해 해당 지역의 창업 활성화 등 지역 상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강원대기술지주에 직접 출자해 강원도 지역의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고, 그 외에도 부산·대구·전남 등 지역 창업 할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투자 및 K-글로벌(K-Global)과 같은 해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진행 등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