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5월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IB) 시장의 비수기로 여겨진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선 4월 대비 발행규모가 줄어들었다. 먹거리가 적은 상황에서는 회사별 역량이 관건이다. ECM은 삼성증권의 저력이 드러났다. 2건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며 1위를 차지했고,
한양증권(001750)과
부국증권(001270)이 중소형사로는 이례적으로 DCM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픽사베이)
IPO 가뭄 속 돋보이는 삼성증권의 저력
<IB토마토> 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5월 ECM 주관실적에서
삼성증권(016360)이 IPO부문 1위를 차지했다. 5월 IPO 승인이 지연되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단독 대표 주관을 맡은 노브랜드와 그리드워즈의 상장을 확정 지으며 주관실적 1위를 기록했다. 주관실적은 각각 168억원, 560억원이다.
IPO시장이 주춤해진 것과는 달리 유상증자 시장은 중견·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이어졌다. 연초 기대와는 달리 시중 금리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채권 발행보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KB증권이 주관실적 1362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 다음에 섰다. KB증권은
신라젠(215600)의 1147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대표 주관을 맡아 572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유상증자 리그테이블의 이름을 올린
SK증권(001510)과 한양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모두 신라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KB증권은 5월 IPO와 유상증자 모두 역전을 허용했지만 지난 4월과 2월에 진행한
HD현대(267250)마린솔루션,
LG디스플레이(034220)의 유상증자에 힘입어 누적 순위에선 1위를 수성했다. 2위와 3위인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5월 IPO실적이 전무했지만 상반기 시장의 대어급 IPO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 실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7위에서 5위까지 순위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증권은 IPO시장에서 그룹사별 이해관계 때문에 좀처럼 대형 IPO에선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형 딜 가뭄이 이어진 5월에 중형급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IPO 실력도 입증했다.
4건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한국투자증권도 유상증자 누적실적에서 기존 3위에서 2위로 순위역전에 성공했다. 그외 상상인증권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처음으로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렸고,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은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유상증자로 ECM 실적을 쌓았다.
5월 DCM, NH투자증권 첫 역전
5월 DCM에선 NH투자증권이 KB증권을 제치고 역전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은 5월 DCM에서 총 11건 9330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작년까지만 해도 KB증권과 대등한 수준에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경쟁사인 KB증권이 잇따라 대형급 딜 주관을 맡으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NH투자증권의 추격을 허용한 KB증권은 총 10건 7076억원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2위를 기록했다. KB증권은 하나에프앤아이와 키움에프앤아이 등 주요 금융사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며 실적을 쌓았지만 SK그룹 회사채 발행에 참여하지 못해 2위에 머물렀다.
채권업계에선 통상적으로 5월을 비수기로 여긴다. 연초 자금 조달이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하반기 자금조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소위 ‘쉬어가는 달’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중형급 딜 주관만으로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중소형사들이 있다.
한양증권은 5월에도 금융사 채권 발행으로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렸다. 한양증권은 국민은행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으로만 3480억원의 주관실적을 쌓았다. 부국증권은 연합자산관리의 회사채 발행에 공동 대표 주관사에 참여해 올해 처음으로 월 단위 리그테이블에서 이름을 올렸다.
인수실적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총 11건 6350억원의 인수실적을 기록하며 선두에 섰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실적에 1위를 오른 것은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뒤를 이었고, SK증권이 SK그룹 계열사의 채권을 인수해 4위를 차지했다.
5월 DCM에선 시장의 다크호스로 여겨지던 신한투자증권의 부진이 눈에 띈다. 신한투자증권은 주관실적에선 3건, 인수실적에서도 6건에 머물러 상위권 도전에 쉼표를 찍었다.
DCM 누적실적에선 큰 변동 없이 순위가 유지됐다. KB증권이 주관실적과 인수실적에서 1위를 수성했다. 다만 주관실적에선 NH투자증권이 근소하게 치고 올랐고,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실적에서만 2위 자리를 지켰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