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대형 저축은행이 충당금 적립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3대 저축은행 중 한 곳은 적자전환했고 두 곳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경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던 저축은행이 부실을 떠안으면서 연체율은 치솟고 당기순이익도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점으로 긴 불황의 터널이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인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경기 회복도 지연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업권 "앞이 깜깜"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업권 총 자산은 122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126조6000억원 대비 3개월만에 3조9000억원이 빠졌다. 수신 규모도 지난해 107조1000억원 대비 3조4000억원이 감소한 10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수신뿐만 아니라 여신 규모도 대폭 감소했다. 부실채권 매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계약마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권의 기업대출 여신은 65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2조7000만원으로 2.4조원 축소됐다.
적자도 끊어내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업권의 당기순손익은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527억원에 비해 손실 1016억원 증가했다.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41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에 반해 적자폭이 줄었으나 여전히 큰 규모다.
저축은행업권에서 순손익이 발생한 것은 계속된 악순환의 결과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의 상환 능력이 저하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고,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실한 채권을 상·매각하면서 여신 규모를 늘리지 못했다. 결국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초 까지만 해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전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서 터널 끝의 빛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형 저축마저 실적 반 토막
대형 저축은행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3대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당기순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SBI저축은행은 1분기 적자 전환해 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149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깎였다. OK저축은행은 대출채권손실 비용이 1522억원에서 2104억원으로 582억원 늘어난 탓이다.
특히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적자전환한 것도 이자수익 감소와 충당금 영향이 컸다. 1분기 SBI저축은행의 영업수익은 4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4373억원 대비 187억원 감소했다. 대출채권관련수익 등이 증가했으나 이자수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443억원 감소한 3347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영업수익의 감소와 더불어 지난해 말 대비 대손충당금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1분기 SBI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6438억6599만원이다. 지난해 말 6022억5168만원에 비하면 3개월 만에 416억원 넘게 추가 적립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음에도 적자전환 한 것은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영향"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악화됐다. SBI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97%로 1년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O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9.48%로 지난해 말 7.56%에 비해 올랐으며,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도 5.91%에서 7.55%로 상승했다.
이처럼 대형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업권 전체가 건전성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을 겪자 저축은행중앙회도 부실 채권 정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부실 PF채권 정리를 위해 업계 자체적으로 조성하는 펀드 규모도 확대했다. 업계 자체적으로 2차 펀드 대상을 22개사 2000억원 규모에서 27개사 3500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28일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 지원의 일환으로 개인무담보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을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공동매각을 추진했다. 우리금융F&I와 하나F&I, 키움F&I를 매수자로 하는 매각계약을 이번 달 내로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이번 공동매각을 통해 총 18개 저축은행에서 약 1360억원 규모의 개인과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