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267250)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자회사
HD현대중공업(329180) 지분 3%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블록딜은 대량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대량의 매도가 이뤄지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현대중공업 주식의 가격 역시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주식 266만3000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금액은 총 3497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17일 장 개장 전에 블록딜 방식으로 현대중공업 지분을 처분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보유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해 유통 주식 물량을 늘려 향후 현대중공업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처분 배경을 밝혔다. 블록딜 매각에 따라 지난 1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78.02%(6926만4116주)에서 75.02%로 낮아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주당 13만1300원에 지분을 처분했다. 16일 현대중공업의 종가(14만500원)에서 6.5% 할인된 가격에 매각이 이뤄졌다. 17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3만200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 종가에 비해 7.3% 하락하며 블록딜 매각 가격 이하로 주가가 하락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 업계에서는 블록딜에 따른 주가 하락은 투자 심리 위축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블록딜 물량에는 단기 락업(주식 매매 금지)이 걸려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에 따르면 블록딜 물량이 즉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
매각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3497억원을 매각 대금으로 수령한다. 지난 1분기 한국조선해양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조선해양의 부채총계가 199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채 상환 등 자금 마련을 위한 블록딜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블록딜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두고 특정인에게 일정 물량의 지분을 주식시장 개장 시간 이외의 시간에 일괄 매각하는 거래를 뜻한다. 대량의 주식이 주식 거래 시간에 일시에 매도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진다. 이에 예측불허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블록딜 방식이 사용된다.
또한 블록딜은 매도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정해두고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불시에 대량의 주식이 매도될 때보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블록딜 과정에서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매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필요하다. 지난 1월 있었던 삼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은 높은 수요로 인해 주가 하락폭이 최소화될 수 있었다.
지난 1월11일 삼성그룹의 홍라희 전 삼성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당시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홍 전 관장은 1932만4106주, 이 사장은 240만1223주, 이 이사장은 810만3854주의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매각했다.
당시 블록딜 매각가는 전 거래일(1월10일) 삼성전자 종가(7만3600원)에서 1.2% 할인된 7만2716원이다. 매각 대금은 2조1600억원 수준이다. 조 단위 블록딜에 불구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구입하고자하는 투자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1월11일 삼성전자 주가는 0.4% 상승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재 조선업에서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블록딜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9877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실적(매출 2조6329억원 및 영업손실 415억원)보다 성장한 모습을 나타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