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에 앞으로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는 대량의 컴퓨터 연산을 수반하는 까닭에 전력 소비량이 크다. 전력 소비량은 늘어나는데 전력을 운송하는 송전망은 노후화된 실정이라 전력 과부하·전력 손실량 증가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들이 AI 시대에 대비한 전력망 교체에 나서며 국내 주요 전선 제조사들은 전 세계적인 전력망 교체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전력 산업의 문제 및 미래를 짚어보고 국내 전선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한 송전망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전력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AI 시스템은 전력 소비가 많은 까닭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송전망 등 인프라가 노후화된 경우 정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송전망 인프라를 업그레이트하는 등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려는 계획을 세우거나 진행 중이다.
송배전 설비 사진(사진=한국전력)
전력 수요는 증가…전력 옮길 인프라는 ‘노후’
올해부터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른 미국 내 전력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송전망 시장은 현재 국내 전선 제조사들인 LS전선·
대한전선(001440) 등이 집중하고 있는 시장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 1100억원 규모의 미국 송전망 교체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미국내 전력 소비량은 올해부터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 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력 소비량은 4000TWh(테라와트시)로 2022년 4067TWh에서 1.6% 감소했지만 올해 4096TWh, 2025년은 4125TWh로 각각 전년 대비 2.4%,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 분야에서 전력 소비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기술이 데이터 센터에 적용되면서 2022년 460TWh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오는 2026년 1000TWh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 처리는 방대한 연산이 수반되는 까닭에 발열과 전력 소모가 크다. IEA는 구글 검색 1회에 소요되는 전력 소비량이 0.3kWh(킬로와트시)이 소모되는 반면 챗GPT를 통해 1회 검색시 2.9kWh가 소모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향후 전력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발전소에서 전력 소비 지역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인프라는 열악하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깔려 있는 송전선 등 전력망 시설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구축됐다. 통상 송전망의 수명이 적게는 30년, 많게는 80년이기 때문에 2024년 현재 다수의 송전망이 교체 시기에 진입한 상태다. 미국 송전망의 70%가량이 현재 교체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낡은 송전망은 전력 운송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커진다. 전력 손실이 커진다면 전력 수요처에서 온전히 전력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더 많은 전력을 보내게 된다. 이에 따른 비용 확대 등 낭비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송전망 교체의 필요성이 커진다.
인프라 노후화에 각국 정부 팔 걷어붙여
미국 정부는 향후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한 송전선을 교체하기 위한 인프라 사업에 착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5일 16만934km(10만마일)에 달하는 송전선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내용의 인프라 투자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후화된 전력망이 새 송전선으로 교체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전선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송전망 등 전력 설비 현대화 프로젝트에 105억달러를 배정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송전 용량 증가 등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신규 송전망 구축 및 기존 송전망 업그레이드 작업에 별도로 25억달러를 배정했다. 미국 정부가 송전망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국내 전선사들의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낡은 송전선은 문제가 된다. 노후화된 전선은 고압전력을 운송할 때 에너지 손실이 커진다. 이에 운송에 드는 전력량이 실제 사용량보다 과다하게 소모되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태풍 및 혹한 등 날씨 변화에 취약해 손상 시 대규모 정전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 겨울 북극 한파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는데, 노후화된 전력망 등 설비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전망 문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전력망 투자 비용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인프라 투자 비용은 2030년 5320억달러에서 2050년 6360억달러로 매년 1%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향후 송전망 확충에 20조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전력(015760)(한전)은 지난해 향후 2032년까지 지역 사이에 전력 선로 보강 투자비에 총 20조6359억원을 설정한 바 있다. 다만,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가 202조45022억원에 달해 향후 투자 여력에 의문이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송전망의 민간 개방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