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오랜 고민거리던 디앤디파마텍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4차례 정정공시 요청을 받아 시장의 우려를 샀던 것과는 달리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선 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부터 함께 한 한투 입장에서는 부담을 털어냈다. 시장에서 꺼려 하는 바이오주를 상장시킨 만큼 주식자본시장(ECM) 명가의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주관실적 순위에서도 앞서 나갈지 주목된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가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R큐더스)
우여곡절 끝에 IPO 주관 성공
26일 금융투자업계예 따르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22일에서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544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에 배정된 물량 27만5000주에 대해 4억2459만390주의 청약이 몰렸으며 청약 증거금은 약 7조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총 2181개 기관이 참여해 최종 경쟁률 848.5대 1을 기록했다. 이로써 최종 공모가도 희망밴드를 초과한 3만3000원에 확정됐다. 이번 상장을 통해 모집된 공모자금은 올해 상반기 진행 예정인 MASH 치료제(DD01) 임상 2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상장 데뷔를 앞둔 디앤디파마텍이지만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올해 1월17일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4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주요 정정 공시의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디앤디파마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DD01’을 포함한 여러 파이프라인의 임상 완료 가능성과 기술 이전의 사업성 여부였다.
계속되는 적자는 디앤디파마텍 상장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실적에서 연결 재무제표기준 매출액 167억원, 영업손실 135억원, 순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영업손실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순손익에선 1370억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영업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앤디파마텍 상장 성공으로 한숨 돌려
디앤디파마텍의 IPO에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IPO 주관으로 총 110만주 363억원을 인수해 13억원의 인수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서 진행한 취득 가액이 공모가액보다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돼 상장 이후 디앤디파마텍의 주가가 상승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적자 주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3월 디앤디파마텍의 프리IPO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스병 치료제 NLY01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 시험계획을 받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어 2021년 10월 디앤디파마텍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맺었고 당시 지분 취득에 사용된 자금은 29억2500만원으로 주당 취득액은 4만8000원이었다. 공모가 3만3000원보다 주당 1만5000원을 더 비싸게 주고 산 셈이다. 3년 넘게 공을 들였지만 결국 적자 주관이 됐다.
하지만 국내 IPO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바이오주의 성공적인 상장을 주관한 만큼 IPO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국내 IPO시장에선 바이오기업의 공모실적은 처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을 진행한 기업은 총 11곳으로 공모액은 총 1680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153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발발로 주가를 올리던 바이오주기업 붐이 사그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엔 20개 기업이 4조2009억원을 공모했다. 업체 1곳당 평균 공모액은 2100억원에 달했다. 2년 새 공모액은 96%, 상장 건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바이오기업이 최근 들어 상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며 “시장의 관심도 코로나19 당시와 같지 않고 2차전지나 AI 같은 새로운 테마의 출현도 바이오주의 IPO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규모 상장 주관 필요, 조직개편으로 시너지 기대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4년 3월 ECM 중 한국투자증권이 IPO 주관실적에서 2위를 기록했다. 앞서 2월까지 단 한건의 상장도 진행시키지 못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600억원 규모의 삼현 상장을 성공시키며 3월 주관실적에서 2위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485억원 규모 원팩의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해 유상증자 주관 실적에서 1위를 달렸다.
꾸준한 중형급 딜을 주관하며 착실하게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지만 대형딜 주관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올 1분기까지 시장의 이목을 끌만한 딜에는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조직개편을 통해 조단위 이상 빅딜 주관 준비를 마쳤다. IPO를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회복의 핵심으로 보고 담당 팀을 4개로 늘렸다. 빅딜 전담 IPO부서도 신설하고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부서를 IPO본부로 들여왔다. IPO팀의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IPO 주관실적에서 7964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7964억원, NH투자증권 7200억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말 대형급 IPO던 에코프로머티 상장이 이뤄지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PO 주관에 있어서는 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상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당장의 순위보다는 꾸준한 사업 역령과 상장 전 투자 방안을 고려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