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신 처리를 두고 고민이 깊다. 건전성을 제고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헐값 매각과 충당금 추가적립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건전성 강화 고삐 조이는 금감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관련 대출의 신용공여 한도 완화와 자본확충을 요구하며 저축은행 건전성 제고를 위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마치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고 압박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PF성 토지담보대출의 신용공여 한도에 대해 일시적으로 완화한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의견서는 부실 PF성 토지담보대출 사업장을 경·공매로 처분하는 경우 낙찰받은 사업장의 매입자금 대출에 대해 신용공여한도 준수 의무를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저축은행이 부실자산을 빠르게 정리해 연체율 등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PF대출 규모가 신용공여 총액의 20%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경·공매 진행 당시 PF성 토지담보대출로 분류된 곳이다. 사업장 처분 전 여신 최초 취급 때부터 사업종료까지 지속적으로 해당 담보물의 유효담보가액이 대출한도의 130%를 초과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등 세부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한시적 면제를 통해 PF성 대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1월 일반 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도 PF대출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한 것과 연관이 있다. 일반 대출 충당금 적립이 PF대출 수준으로 상향되면서 PF대출의 충당금 최소 적립률인 정상 2%, 요주의 10%, 고정 3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 100% 등의 수준으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를 거치지 않고 각 저축은행에 재무건전성 강화 주문을 직접 전달했다. 이 역시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인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대한 내용으로, 이달 말까지 자본확충을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충당금 추가 적립에 실적 악화 불 보듯
이처럼 금융당국이 강경책과 회유책을 모두 동원해가며 저축은행을 압박하는 이유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건전성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는 충당금 적립 등으로 순손익 55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6.55%로, 기업대출이 전년 말 대비 5.12%p 증가하면서 총 연체율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각 사에 따르면 10대 저축은행이 부동산 PF에 내어준 대출 잔액은 4조4059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대 저축은행 중 부동산PF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OK저축은행으로, ▲한국투자증권 8111억원 ▲웰컴저축은행 5899억원 ▲다올저축은행 5091억원 ▲상상인저축은행 3350억원 순이다.
각 사의 부동산PF 연체율은 페퍼저축은행 13.24%, 상상인저축은행 12.66%, OK저축은행 9.2%, OSB저축은행 5.1% 순으로 높았다. 특히 고정이하여신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이하 여신도 10개 저축은행에서 총 2조5604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PF 공여 여신의 절반이 넘는다.
이러한 가운데 1분기 금융당국이 요구한 토지 담보대출에 대한 충당금 추가적립과 지난 4월 초 추가적립까지 합하면 수익성 악화는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토지담보대출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알려져 있어 바뀐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했다면, 요주의 3%p, 고정 10%p, 회수의문 25%p의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저축은행 업권이 2분기 내로 2차 펀드를 통해 매각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상 업권 내에서의 매각 시점에 대한 시각 차는 여전하다. 저축은행 업권은 부실 채권의 추후 수익성이나 담보가액에 비해 매각가가 터무니없이 낮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실이 오히려 커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부실채권 매입가와 매각가의 차이가 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을 감당하면서 부실채권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실채권 매각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충당금 추가 적립과 더불어 여신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 업권이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충당금 적립의 경우 당장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부실채권의 건전성 재분류에 따라 환입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당국과의 시선 차이는 있으나 2차 펀드를 통한 매각 등 저축은행 업권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