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엑셀러레이터 최초 벤처캐피탈 라이선스 취득AC·VC 겸영으로 스타트업 생애주기 전반 걸친 투자 가능AUM 2021년 1089억원→2023년 2156억원현재 3분의 1 수준 해외 스타트업 투자 비중 더욱 늘릴 것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 투자를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AC). 일정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의 더 큰 성장을 지원해 상장까지 돕는 벤처캐피탈(VC). 모두 유망 기업을 발굴, 초기 투자를 지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생애주기별 AC와 VC의 역할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퓨처플레이는 지난해 말 AC 최초로 VC 라이선스를 취득한 투자사다. 이로써 스타트업의 모든 생애주기에 걸친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이처럼 투자업계에서 큰 경쟁력을 보유한 퓨처플레이의 사업은 올해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려 있다. <IB토마토>는 퓨처플레이의 모든 투자를 총괄하는 최재웅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났다.
최재웅 퓨처플레이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퓨처플레이)
-먼저, 퓨처플레이와 자신님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부탁한다.
△퓨처플레이는 올해로 11년차를 맞은 투자사다. 류중희 대표이사가 과거 안면인식 인공지능(AI)을 개발하던 올라웍스를 글로벌 기업인 인텔에 매각하고, 인텔에서 근무한 이후 설립됐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약 240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저는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기계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GS칼텍스와
삼성전자(005930)에서 근무한 뒤 퓨처플레이에 합류하게 됐다. 올해로 7년차를 맞았고, 스타트업 약 100곳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엑셀러레이터(AC) 최초로 벤처캐피탈(VC)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어떤 배경에서 진행된 것인가?
△지난해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VC를 겸해서 운영하는 AC의 투자 의무 비율이 20%로 완화됐다. 과거에는 총 투자금의 40% 이상을 3년 미만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해야만 했다.
기존 AC로서도 성공적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 사례를 기록해 왔지만, 펀드 조성시 40%를 무조건 초기 3년에 투자를 해야 하는 것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도 초기 스타트업에 400억원을 3년 동안 투자하는 것은 통상 30억~40억원을 투자하는 퓨처플레이의 투자 전략과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전략과 실행 간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관련 법 개정 이후 국내 AC 중 가장 먼저 VC 라이선스를 신청하게 됐다.
-AC와 VC를 겸하는 퓨처플레이가 갖게 된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AC일 때보다 규모가 큰 펀드를 조성해 효율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것, 즉 운신의 폭이 넚어졌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부터 육성까지 모든 생애주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좋은 기업을 지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후속투자의 비중을 5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퓨처플레이의 운용자산(AUM)과 주요 펀드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UM은 2021년 1089억원에서 2022년 1452억원, 지난해 말 2156억원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해 왔다. 국내 AC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00억원 이상을 AUM을 기록한 곳은 퓨처플레이가 최초다.
현재 총 11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퓨처플레이혁신성장펀드(420억원), 퓨처플레이혁신솔루션펀드(298억원) 등을 비롯해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들이 주로 조성돼 있다. 크게는 △시설투자형 펀드 △투자 전용 펀드 △후속 투자 전용 펀드 등으로 구분된다. 스타트업의 생애주기별로 초기와 중기, 후속으로 나뉘는 것이다.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 중 ‘뷰노’와 ‘노을’은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스타트업들이다. 초기 투자 당시 이들 기업의 어떤 점을 최대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는가?
△2014년 투자한
뷰노(338220)의 경우 AI 산업 개화 이전부터 기술력을 보유했던 스타트업이다. 관련 업계가 형성되기 이전 ‘블루오션’을 개척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 점에 높은 평가를 줬다.
노을(376930)은 유능한 엔지니어들과 바이올로지 역량이 높은 대표 등 ‘맨파워’가 높은 기업이었다. 2017년 초기 투자 당시부터 기업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들도 많다. 투자 당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인가?
△퓨처플레이는 13개 기업을 매각한 바 있다. 플루언티는 삼성전자에, 리모트 몬스터는
카카오(035720)에, 스무디는 자비스에, 바이시큐는 쏘카에 각각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투자 초기부터 M&A를 염두에 두진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각지도 못하게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시장을 개척하다 보면 인수 제안이 오겠다’는 스타트업도 일부 존재하지만, 날카롭게 매각을 노려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포트폴리오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한다면.
△현 시점 가장 뜨거운 기업은 민간 우주로켓 발사기업인 이노스페이스다. 현재 상장을 계획 중이고, 일정에 관해 한국거래소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LG전자(066570)로부터 약 8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에어로보틱스, 상장을 논의 중인 SOS랩도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서울로보틱스도 있다.
-VC 라이선스까지 취득하면서 시장에서는 퓨처플레이의 상장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가?
△공식적으로 회사 차원의 기업공개(IPO)를 발표한 바는 없다. 다만 지난 2022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인력을 채용해 현재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정도로 자금력이 부족하진 않은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조급함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IPO 시장의 분위기가 현재보다 개선되고, 상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다면 공식적으로 추진할 순 있을 것이다.
-퓨처플레이의 CIO로서 단기·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투자시장에서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적정 인원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2000억원이 넘는 퓨처플레이의 AUM 규모는 현재 인력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심사역을 5명가량 연내 채용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해외 스타트업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더 큰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