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이낸싱 이자율 10% 내외 추정에 재무부담 심화 전망지난해 이자비용 2258억원…점포 자산 유동화 통해 대응부동산경기 침체로 자산 매각 여건 저하…수익 개선 절실
온라인으로의 급격한 소비트렌드 변화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다. 제품 회전율이 높고 유행에 민첩하게 대응이 가능한 편의점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가전양판업계 등은 상대적으로 재무부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에서는 주요 마트와 양판업체의 차입금 규모와 상환 능력, 현금 유동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해 메가푸드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한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차입금 리파이낸싱(인수금융 재융자)을 통해 올해 만기가 도래했던 차입금에 대한 상환 기간을 연장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는 성공했으나, 기존보다 높아진 이자비용 등이 재무부담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21년 이후 2년 넘게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점포 자산 유동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홈플러스의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파이낸싱으로 급한불 '진압'…늘어난 이자비용은 '숙제'
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6조3172억원을 기록했다. 2월 총차입금이 6조179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2.24%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홈플러스가 메리츠증권에서 조달해온 차입금 3000억원이 올 6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10월에는 약 5000억원대의 인수금융과 운영자금 등이 포함된 차입금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에 M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3000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을 두고 메리츠증권과 협상을 진행하고, 지난달 메리츠금융그룹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포함해 약 1조2900억원의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환 대상이 된 인수금융은 메리츠증권 3000억원을 포함해 지난 2019년 선순위 대주단이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지분을 담보로 빌려준 3400억원과 중순위 대주단의 1500억원, 2021년 홈플러스의 부동산 보증금을 기반으로 유동화대출약정(ABL)을 통해 조달한 4000억원, 한화투자증권 1000억원 등이다.
다만 리파이낸싱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닌 만기를 연장하는 것인 만큼 재무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리파이낸싱 이자율은 10% 내외로 추정되며, 기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조달 받은 담보부차입금의 연이자율 9%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보유 차입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이자율이다.
이에 홈플러스의 이자 부담이 기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2년 회계기준(2022년 3월~2023년 2월) 홈플러스의 이자비용은 2259억원으로 직전연도(2201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2021년 1335억원에서 2022년 260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홈플러스가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지만 차입금 완전 상환이 아닌 만기 연장인 만큼 관련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이자율이 10%로 알려지면서 향후 이자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어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외형성장 속 지난해 영업손실 지속…자산총계 9조원 '뚝'
특히 2년 넘게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채무 상환에 대한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기준 1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2002억원 손실) 대비 34.92% 감소한 수치이나, 적자 탈출에는 실패했다.
간석·유성·강서점 등 주요 점포 리뉴얼에 따른 매출 개선 효과와 온라인 부문 성장으로 총 매출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건비, 임차료, 상각비 등 높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9년 1602억원으로 최근 5개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0년 933억원으로 축소, 2021년 적자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는 연간 5500억원 수준의 임차료(리스부채 상환)과 이자비용에 대응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2020년 이후 S&LB(시화·울산·구미), 안산·대구·대전둔산 등 점포매각 등을 통해 약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재원으로 활용했다.
자산총계도 지난해 2월 말에는 9조95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직전연도 9조8484억원 대비 1년 만에 약 7000억원(7.64%)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앞서 2020년 2월 말까지 홈플러스의 자산총계는 11조3727억원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자산매각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플러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이미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되는 200%이하와 20~30%를 한참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2월 말 994%였던 부채비율은 11월 말 1622%로 급증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67.9%에서 71.0%로 3.1%포인트 증가했다.
이자비용 부담 축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흑자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나, 지난해 점포 리뉴얼 등으로 인한 투자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영업적자를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출이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긍정적이다. 2022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6조600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6조4807억원 대비 1.85%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8년(6조4101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난해 24개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라며 "영업이익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