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 계열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회사채 언더발행에 성공하면서 이자 상승 압박을 줄이고 있다. 언더발행 성공 배경에는 HD현대 계열사들의 개선되는 자산건전성이 있다. 자산건전성 향상에 따른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자 증가 부담도 낮출 수 있었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건전성 개선을 통한 이자 부담 줄이기가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IB토마토>는 언더발행을 통해 이자 압박을 덜어낸 HD현대 계열사들의 자산건전성 개선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가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언더발행(회사채 평균 수익률 이하의 이자율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자율 낮추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는 지난 2월 회사채 2000억원을 언더발행으로 조달해 이자 상승 부담을 덜었다. 다만,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전체 이자 비용도 상승해 이자보상배율 하락 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HD현대)
언더발행 성공했지만…차입금 증가폭 커 ‘부담 증가’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가 지난 2월 회사채 차환을 위해 발행한 13-1~13-3회 회사채 이자율은 각각 4.064%, 4.258%, 4.718%를 기록했다. 이는 HD현대 회사채 수익률 산술평균인 4.515~5.327% 보다 낮은 언더발행이다. HD현대의 회사채 기준 수익률을 기준으로 산정한 이자 비용은 97억원으로 언더발행을 통해 이자 비용을 10억원 줄였다.
당초 시장에서 평가한 2월15일 기준 HD현대의 회사채 수익률은 만기순대로 4.515%, 4.795%, 5.327%로, 이 이자율에 따르면 2000억원 회사채 이자 부담은 97억원 수준이지만 언더발행으로 이자 부담을 87억원으로 낮췄다. 아울러 HD현대와 동일 등급(A0등급)의 회사채 이자가 만기별로 각각 4.85%, 4.94%, 4.936%인 점을 고려하면 타사보다 이자율이 최대 0.786%낮다.
언더발행 성공 배경은 영업이익 증가 등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D현대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기준 HD현대 매출액은 5831억원, 영업이익은 487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비해 매출(3472억원)과 영업이익(3166억원)이 각각 67.9%, 54%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에 지급한 배당금을 2022년 283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137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도 핵심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의 선전 등으로 HD현대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5000억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은 87억원으로 차환 대상인 기존 회사채 2000억원에 대한 이자(67억원)보다 30% 높다. 기존 차환 대상 회사채보다 이자 비용이 커지지만, 기준 금리가 2021년 0.5%에서 현재 3.5%로 높아졌기 때문에 이자 비용 감축은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더발행 성공했지만…자산건전성은 '하락'
HD현대는 영업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체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HD현대의 이자보상배율은 5.19배였지만, 지난해 3분기 4.58배로 11.8% 감소했다.
반면 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조2951억원에서 1조7307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입금의 다수가 변동금리로 이뤄졌기 때문에 차입금 증가와 금리 상승이 겹쳐 이자 부담이 더 커진다. HD현대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1035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604억원)에 비해 71.4% 증가했다.
향후 HD현대의 차입금 증가 가능성도 예상된다.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일렉트릭은 그린 수소 및 발전용 수소 사업을 추진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소 투자 외에 지난 2월 설비 증설을 위해 117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들의 투자 계획에 HD현대의 자금 지출도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높은 배당 성향에 따른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HD현대의 현금 배당금 총액은 2021년 3922억원, 2022년 3251억원, 지난해 3분기 1272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회 추가로 1343억원의 배당금을 지출한다.
HD현대 측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해소 방안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차입금 등은 증가했지만 순차입금 규모는 변동이 크게 없는 상황인데다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어 이를 통해 이자 부담에 대응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