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 계열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회사채 언더발행에 성공하면서 이자 상승 압박을 줄이고 있다. 언더발행 성공 배경에는 HD현대 계열사들의 개선되는 자산건전성이 있다. 자산건전성 향상에 따른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자 증가 부담도 낮출 수 있었다. 최근 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건전성 개선을 통한 이자 부담 줄이기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언더발행을 통해 이자 압박을 덜어낸 HD현대 계열사들의 자산건전성 개선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하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언더발행(회사채 평균 수익률 이하의 이자율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자 비용 증가 부담을 최소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산업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로 전환되면서 자산건전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갚아야 할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돌면서 잠재적 부실기업에 대한 우려를 샀지만 올해는 업황 개선으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언더발행 성공…이자 상승 압박 줄여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무보증 회사채 20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수요예측에서 자금 모집 경쟁률은 9.9대1을 기록해 언더발행 가능성이 높았다. 그 결과 최종 회사채 이자율은 4.267~4.599% 범위에서 결정됐다.
회사채 이자율은 민간채권평가회사 4개사의 각 만기별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수요에 따라 가감해 결정된다. 최근 기준인 지난 1월16일 만기별 회사채 수익률은 4.599~5.095%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회사채 수익률보다 적게는 0.22%, 많게는 0.47%까지 이자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해당 회사채의 연간 이자 총액은 88억원 수준으로 동일 등급(A등급) 회사채의 평균 이자율(5.32%)의 이자 부담 106억원보다 17%가량 낮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장 평균 금리로 회사채를 조달했을 경우보다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일 뿐 이자 증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준 금리가 2021년 상반기 0.5%에서 현재 3.5%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중공업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1165억원으로 2022년 3분기(790억원)보다 4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상환 회사채 잔액은 1조2183억원에서 1조1624억원으로 4.6% 줄었지만, 이자는 400억원에서 488억원으로 22% 늘었다.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은 낮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이에 따른 이자보상배율도 1배 미만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 불황의 영향으로 2021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이 400억원 흑자로 전환됐지만 이자 비용은 이미 지난해 3분기 전체 영업이익 수준을 넘은 상황이라 이자보상배율은 1배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산업 낙관 전망에 실적·자산건전성 개선 기대
현대중공업이 언더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자산건전성 개선 기대감이 꼽힌다. 자산건전성은 투자자들이 향후 빌려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영업이익이 커질수록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자산건전성이 개선된다.
2020년 이래로 현대중공업의 자산건전성은 낮은 영업이익으로 인해 악화됐다. 2020년 32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8003억원 영업적자로 전환됐고, 2022년에도 2892억원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는 400억원 영업흑자로 전환됐다. 올해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언더발행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꾸준히 오르고 있는 선박 가격은 매출 증가로 이어져 자산건전성 개선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해 선박 가격 상승이 둔화되며 업계 일각에서 선박 가격 고점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전망과 달리 올해 선박 가격은 더 오르고 있다. LNG운반선을 예로 들면 2022년 1척 당 2억5000만달러에서 2억6000만달러로 올랐다. 올해 1척 당 가격은 2억700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동시에 후판 등 선박 원자재 가격도 2022년에 비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원가율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늘고 매출 원가가 줄어들 환경이 조성되면서 영업이익 확대가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올해 8122억원으로 지난해(400억원)보다 2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오는 28일과 10월 회사채 3700억원 상환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21년 발행한 사모사채 2690억원은 이자율이 6.48%에 달해 상환 혹은 낮은 이자율로 차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8일 만기인 사모 사채에 대해 전액 상환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향후 이자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3월28일 만기 사모사채는 전액 상환할 예정"이라며 "신규 수주 물량 증가에 따른 선수금 유입 등을 바탕으로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해 상환 기조를 채택하고 차입금을 줄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