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지난해 도입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 삼성화재(000810)를 제외한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등의 2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IB토마토>는 해당 보험사들의 전년도 보험영업·투자영업 분석과 함께 올해 전략, 주목해야 할 부문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2위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 투자영업에서 성장을 이뤘지만 보험영업에서 손실이 컸다. 주요 포트폴리오인 장기보험 내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율이 커진 영향이다. 특히 손실부담계약비용을 대규모로 인식한 점이 역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실손보험 요율인상으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예실차·손실부담계약비용 탓에 보험손익 '뚝'
8일 회사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실적으로 당기순이익(외부감사인 회계감사 전 잠정치) 80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실적인 1조2813억원(회계제도 IFRS17에 IAS39 적용 기준) 대비 37.1%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손익이 4956억원으로 19.5% 성장했지만 보험손익이 5265억원으로 61.2% 감소했다. 보험영업에서는 자동차보험 손익이 2012억원으로 16.8% 증가한 반면 일반보험이 764억원으로 18.3% 줄었고 장기보험이 2488억원으로 77.2% 급감했다. 장기보험 부진이 실적 악화에 주효했던 셈이다.
보험영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손실액이 유독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4분기 보험손익은 –2280억원이다. 전년도 4518억원과 비교했을 때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자동차보험이 -59억원으로 적자를 낸 점도 있지만 장기보험이 -2273억원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이 컸다.
장기보험에서는 미실현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과 신계약이 전년 대비 성장했음에도 비용 측면(손해율과 보험금 등)에서 타격을 입었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CSM 상각액은 8729억원으로 24.1% 성장했다. CSM은 부채 항목이지만 일부를 상각하면서 장기보험 순이익으로 인식한다. 장기보험 신계약(월납환산 기준) 보험료 실적은 인보험(상해보험) 성장에 힘입어 보장성보험이 1498억원으로 13.6% 증가했다.
반면 예실차(보험금과 사업비 예상과 실제 차이) 금액은 -2057억원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현대해상은 보험금 예상손해액이 4조6770억원이라고 내다봤지만 실제 발생손해액은 4조8543억원이었다. 경쟁사인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예실차가 각각 2689억원, 2276억원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이 5221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장기보험 손익을 깎아 먹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CSM 상각액이 늘었음에도 보험손익이 저하된 이유다. 지난해 4분기 보험손익이 뜻밖에 적자를 낸 배경에는 대규모 손실부담계약비용(4809억원)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현대해상)
'실손보험' 손해율 영향…요율 상승에 환입 효과 기대
손실부담계약비용 확대는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실손의료보험, 특히 3세대 실손보험에 따른다. 3세대 실손보험은 번들형 구성인 1세대, 2세대 상품과 달리 단독형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손해율이 높다. CSM 산정 등 수익성에 좋지 않아 그 자체가 손실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FRS17 체계서 손실부담계약비용에는 손해율, 해약률과 같은 계리적 가정이 조정돼 담긴다. 현대해상은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점을 반영하면서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기본적으로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곳이기도 하지만, 이번 손해율 상승은 특히 호흡기 질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 측은 “손실부담계약비용은 손실계약이 신규로 유입돼서 발생하는 부분과 손실계약이 연도 말 가정 변경에 따라 확대되는 부분으로 나뉜다”라면서 “이번 연도 말에 금액이 크게 변한 부분가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기간에 손해율이 안정화돼 있다가 그 이후에 호흡기 질환 쪽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세대 실손 손해율이 크게 상승했다”라면서 “이러한 추세가 반영되면서 최선추정부채(BEL)가 증가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손실부담계약비용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세대 실손보험은 갱신이 매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차기 요율 인상분이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현대해상 측은 “3세대 실손보험은 기간이 15년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간이 10년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라면서 “손실로 환입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라고 했다.
올해 장기보험 상품 구성과 관련해서는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기존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세대별 타깃 상품을 새롭게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암이나 간편 보험 시장 등 CSM이 높은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고령화와 선진 의료기술을 반영한 상품, 펫보험 상품 등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