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여천NCC가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목표치만큼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여천NCC는 A0 등급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산업 부진에 따른 영업적자와 과중한 차입금 부담 등 악재를 돌파하지 못했다.
(사진=여천NCC)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여천NCC는 78회 무기명 이권부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결과 250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쳐 125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여천NCC는 당초 1500억원 자금 조달을 계획했다. 미매각잔액 1250억원은 공동대표주관회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총액인수계약에 따라 인수한다.
수요예측 결과 단 3곳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운용사 1곳, 투자매매 중개업자 2곳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운용사는 100억원을, 투자매매 중개업자는 150억원을 주문했다. 경쟁률은 0.17을 기록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여천NCC 회사채에 대해서 비교적 넓은 금리밴드가 제시됐다.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의 여천NCC 2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수익률의 산술평균에 0.5%포인트를 가감한 범위다. 수요예측 결과 최종적으로 범위 최상단인 개별민평 수익률 산술평균의 0.5%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로 이자를 정했다. 이에 따른 여천NCC 공모채 이자율은 5.1%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천NCC의 부진한 회사채 흥행 원인으로는 석유화학 업황 전반의 부진과 과중한 차입금 의존도가 꼽히고 있다. 중국이 2020년부터 중국 내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중국 내 석유화학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며 제품 가격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따라서 여천NCC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폭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차입금 의존도가 문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여천NCC의 차입금 의존도는 59.1%를 기록했다. 2020년 39.91%에서 매년 꾸준히 차입금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총 차입금 규모는 1조9796억원이었다.
아울러 회사의 현금창출력은 악화되고 있다. 여천NCC의 매출은 2022년 3분기 5조509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조477억원으로 26.5% 감소했다. 매출 감소와 함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274억원을 기록해 2022년에 이어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기업의 이자부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1미만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까지 여천NCC의 이자보상배율은 13.97이었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영업적자로 2022년에는 -8.85, 지난해 3분기에도 -2.98을 기록했다.
250억원의 자금만 모인 관계로 여천NCC는 부족 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오는 9일 공모사채 2300억원의 상환을 앞두고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