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속도 내는 채무상환…사업 확장 앞두고 '비용 다이어트'
지난해 스텝업 조항 걸린 영구채 상환…이자비용 연 90억원 절감
항공기 소유권 직접 취득 방식으로 비용 절감
공개 2024-02-2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6: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항공산업 회복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말랐던 유동성이 빠르게 채워져 영구채 상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규모 확대 전략에 따라 향후 항공기 관련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 높은 이자의 영구채를 상환하면서 미래 지출 증가분을 일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 상환으로 자본 규모 감소 가능성도 있지만 제주항공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실리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 개선으로 비용 줄이기
 
23일 제주항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1조6993억원, 영업이익은 1618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매출액(7025억원)과 영업손실(1775억원)을 극복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제주항공의 유동성도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제주항공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565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주항공의 잉여현금흐름도 305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유입된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제주항공은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한 영구채 790억원을 상환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보유한 제2회 영구전환사채 400억원도 상환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길고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된다. 영구채 상환으로 인해 자본총계가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실질적으로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제주항공은 재무건전성보다 실제로 지출되는 이자비용 절감에 포커스를 맞췄다. 아울러 높은 이자율도 걸림돌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채권자인 영구채 연 이자율은 7.4%였다. 12월 산업은행에 상환한 영구채 이자는 스텝업 조항이 걸려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영구채지만 빨리 갚을수록 비용이 절감된다. 스텝업 조항이 걸린 영구채(2020년 12월28일 발행)는 최초이자율 2.3%에서 시작해 지난해 3분기에는 7.68%까지 상승했다.
 
두 영구채의 연 이자 규모만 8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제주항공 항공기 리스료 949억원의 9.4%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항공수요 증가로 인해 리스비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제주항공으로서는 부담이지만 사업 확대 기조에서 리스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채무 상환에 집중하는 것도 사업 확대 기조 속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우선 걷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확장 염두에 둔 비용 줄이기 가능성
 
제주항공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비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대출 형식으로 조달 받은 단기차입금 등도 단계적으로 상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운영자금 잔액은 782억원이다. 연 이자가 5.94%에서 6.41%에 달하는 만큼 영구채와 함께 우선순위로 상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확장을 염두에 두고 금융비용 등을 줄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신형 항공기 B737-8 4대를 도입한다. 지난해 말 42대 규모였던 항공기 운용규모는 46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른 구매 비용, 금융 리스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제주항공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항공기를 교체 및 확대한다. 항공기 운용규모를 5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항공기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되면서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이자 비용을 우선 감축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공기 규모 확대해도 기존 운용리스 방식보다 비용은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리스는 할부 개념으로 향후 항공기 소유권이 제주항공에 귀속된다. 제주항공은 직접 항공기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인 금융리스가 장기적으로 운용리스 방식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보잉 NG 항공기 운용리스 금액을 100이라 했을 때 B737-8 기종을 금융리스 방식으로 도입하면 비용이 88%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항공기 수요 증가로 운용리스료가 오르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금융리스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여기에 관련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B787-8 40대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한층 더 낮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영구채 상환은 리오프닝 이후 유동성이 좋아지면서 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방법의 선택이며 향후 확장에 대비해 이자 비용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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