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 규모가 50조원을 넘기며 1년 새 40% 가까이 불어났다. 출범 이후 여·수신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이 맺은 열매다. 무리할 법도 한데 증가 속도에 비해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지난해 초 경기 악화와 중저신용자 포용 등을 이유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악화가 우려됐지만 1년 만에 불식시켰다.
카카오뱅크 본사.(사진=카카오뱅크)
상품 다각화로 자산 규모 급증
카카오뱅크가 수신과 여신상품을 고르게 성장시켜 꾸준한 자산 증대를 이뤄냈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 총자산은 54조4882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 39조5161억원에서 37.9% 증가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출채권은 같은 기간 28조534억원에서 38조659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현금및예치금 항목으로, 지난 2022년 말 1조3815억원에서 97.8% 증가해 지난해 말 2조7332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여수신을 가리지 않고 고른 증대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덕분이다.
2023년 말 카카오뱅크는 입출금통장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수신상품과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5개가 넘는 여신상품을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한 달 적금의 경우 출시 한달 내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 이전과 대비해 고객수는 66% 증가했으며, 신규 고객 3명 중 1명은 첫 상품으로 한달 적금에 가입했다.
이 같은 수신 상품 다양화로 저원가성 예금 비중도 전은행권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말 은행권 전체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38.7%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2022년 말 61.7%보다는 하락했으나 55.3%를 기록해 평균보다 16.6%p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말 20조4000억원에서 26조1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정기예금은 8조9000억원에서 1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대출을 기반으로 여신 상품 잔액도 커졌다. 특히 2022년말 1조2000억원에 불과하던 주택담보대출은 1년 새 9조1000억원까지 덩치를 불렸다.
타 여신상품도 고른 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4조5000억원에서 16조4000억원, 전월세 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도 1000억원과 2000억원씩 증가했다. 각 여신상품의 성장세 덕분에 전체 여신잔액도 27조9000억원에서 38조7000억원으로 39% 늘었다. 수신상품과 여신상품의 고른 성장을 비롯해 수수료수익과 플랫폼수익 등 비이자수익 성장을 기반으로 영업수익도 전년 대비 37% 성장해 663조7000억원에 달했다.
증가 속도 대비 양호한 건전성 '눈길'
카카오뱅크는 빠른 속도로 자산 규모를 늘렸지만 건전성은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신이 늘어날 경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건전성뿐만 아니라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행권은 여신 증가 속도를 조절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49%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연체율이 0.58%와 0.52%를 기록하면서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도 받았으나, 3분기 이후부터 낮춰 연말까지 지켰다. 다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167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0%가 넘는 669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43%로, 전년 말 0.36% 대비 20% 가까이 올랐다.
카카오뱅크가 이처럼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역량과 신용평가모형(CSS) 개선 덕분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지난해 3분기까지 3300만건의 신용대출 신청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단순 분석뿐만 아니라 시기별로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따라 리스크 관리 정책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어 출범 후 연평균 18회 이상 정책을 변경했다.
CSS도 카카오뱅크 건전성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도입했다. 이를 통해 중저신용자 고객 변별력을 키웠다. 해당 시스템은 신용정보가 아닌 비금융 대안 정보를 중심으로 차주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도서구매 및 택시 이용 내역 등을 참고해 기존 모형에서 대출이 거절된 중저신용 고객 중 15%를 우량 고객으로 선별해 공금액 기준 46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추가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스크 관리 담당 부서 구성원은 10년 이상 은행권에 근무하면서 금융위기 등을 경험한 베테랑으로 정교한 리스크 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면서 "이 덕분에 공급 규모에 비해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