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우리은행이 약속한 대로 기업대출 성장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완전 민영화 이후 기업대출 금융명가 이미지를 되찾고 증권사 등 비은행 자회사도 품에 안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예상했던 기업대출 잔액을 넘어섰으나 감소한 비이자이익 등의 원인으로 타 은행 대비 당기순이익이 적어 1위 은행 도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기업대출 성장으로 수익성 제고 노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에 힘입어 연간 총대출 성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이미지를 되찾아 은행의 수익성 제고 등을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우리은행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170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8% 성장했다.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 11.9% ▲KB국민은행 7.7% ▲신한은행 6.6%를 기록해 4대 은행 중 2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우량자산 비율 86.3%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건전성 우려도 덜었다.
다만 지난해 9월 설정한 연말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우리은행은 오는 2026년 말까지 기업대출 총액을 237조원으로 증가시키고,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매년 대기업 대출을 30%, 중소기업대출부문은 10% 증가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우리은행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대기업 대출은 지난 2022년 36조9000억원에서 30% 증가한 47조97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133조1000억원을 달성해 기업대출 총액은 170억원을 넘어섰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45조239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125조235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2.8%, 3.5% 증가한 규모다.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으나 목표했던 30%와 10% 성장은 이뤄내지 못했다.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성장률 격차도 벌어졌다. 대기업 대출은 특히 높은 비율로 성장했다. 대기업 대출이 목표치인 30%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지난 2019년부터 보인 성장률 중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 2019년 33조3000억원에서 ▲2020년 7.9% ▲2021년 1.8% ▲2022년 1.4% 성장률을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22.8%로 급등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은 감소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소기업대출 평균 성장률은 11.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성장률은 2022년 성장률인 9.7%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줄어든 3.5%에 그쳤다.
다만 연간 약 6%의 성장을 예상했던 기업대출 총액 규모인 170억원은 넘어섰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대출을 합한 기업 대출은 170조3740억원으로 우리은행의 예상치 이상으로 커졌다. 덕분에 총대출 잔액도 예상치를 넘겼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담보부대출은 112조280억원으로 지난 2022년 대비 2.8% 성장했으며 신용대출은 24조353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2.1% 감소했다. 그럼에도 대출총액은 310조7210억원으로 예상치인 309조원을 초과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채권 매각 등의 이유로 개인사업자대출이 감소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면서 “전체적인 기업 대출은 예상치를 넘어섰고, 큰 틀에 맞춰 성장시킬 예정이나 세부적인 비중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멀고 먼 '당기순익 1위'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 명가 회복 선언에 이어 올해 초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2024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요원하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160억원으로 타 시중은행이 모두 연간 3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얻은 것에 비해 낮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하나은행 3조4766억원 ▲국민은행 3조2615억원 ▲신한은행 3조677억원이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익은 가장 큰 규모인 하나은행과는 9606억원, 신한은행과는 5517억원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은행의 순영업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순영업수익은 8조11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 8조1570억원에서 0.6% 줄었다. 이자이익이 지난 2022년 대비 0.2% 증가해 7조4360억원을 기록했으나 비이자이익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큰 8.9%를 기록해 지난해 674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년 대비 판관비를 줄이는 등 비용을 최소화했음에도 당기이익은 13%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하고 있어 올해 비이자이익 추이는 가늠할 수 없으나, 금융당국의 건전성에 대한 보수적 기조가 연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 규모를 증대시키면서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해 보통주자본을 비롯해 BIS비율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2%, BIS 비율16%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 대비 0.5%p, 0.4%p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직전 분기인 3분기에 비하면 각각 0.4%p, 0.2%p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완전민영화 이후에도 대출잔액이 증가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탓에 더딘 성장을 보여왔다. 당국의 BIS비율을 충족하고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주 차원에서도 BIS비율을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본비율을 추가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특히 위험가중자산이익률을 고려해 자산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지주 보통주자본비율은 중장기적으로 13%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