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크게 주목받던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우후죽순 추진했지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수익성 부진과 경영난에 부딪혀 사업 개시 2년여 만에 구조조정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를 비롯해 컴투스의 '컴투버스', 넵튠 자회사 '컬러버스'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 초 인력을 정리하고 메타버스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IB토마토>에서는 각 사의 메타버스 사업 철수 경위와 향후 방향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넷마블에프앤씨(F&C)가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청산하고 메타버스 사업 정리 수순에 나섰다. 한때 아이텀게임즈와 보노테크놀로지를 인수 합병해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했으나 경영 상황 변화로 2년여 만에 70여명이 되는 인원을 모두 정리하게 됐다. 향후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부 자회사 법인명에 메타버스를 넣어 사업 지속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메타버스월드, 인수합병에 100억원 투자했지만 손실 3.5배
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에프앤씨(F&C)는 지난해 3분기 매출 710억원을 내고 당기순손실 54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매출 534억원, 당기순손실 302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32.96%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80.13% 증가했다.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 사업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6억5409만원을 기록한 반면, 당기순손실은 357억원에 달했다. 유동자산은 26억원인데 유동부채는 620억원으로 유동비율은 4%에 불과했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면 현금 융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한 뒤로 현금 보유액이 크게 감소했다. 앞서 넷마블에프앤씨는 2022년 1월 자사 자회사 아이텀게임즈와 블록체인 게임 기업 보노테크놀로지를 인수하고 같은 해 4월 두 회사를 합병해 ‘메타버스월드’라는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아이텀게임즈 지분 90%(28만8484주)를 인수하는데 77억원, 보노테크놀로지 지분 67%(9만3800주)를 인수하는데 20억원을 썼다. 메타버스월드 인수 합병을 위해 초기 비용에만 100억원 가까이 투자를 한 것이다.
넷마블에프앤씨는 나름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밝혔다. 모회사
넷마블(251270)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 ‘그랜드크로스(GRAND CROSS)’를 활용해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수이(Sui)’를 운영하는 해외 기업 미스틴랩스와는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2년에 공개한 ‘메타월드’는 지난해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통해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넷마블에프앤씨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286억원에서 2022년 -23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로 인해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021년 말 782억원에서 2022년 말 312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현금 유동성도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 2021년까지만 해도 274%로 우수한 수준이던 유동비율은 2022년 78.98%로 1년 만에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결국 2년여만에 가장 사업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메타버스월드를 해체하고, 7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권고사직 시키기로 했다. 지난해 법인 인수·합병에만 100억원 가까이 들었지만, 당기순손실은 3배가 훌쩍 넘는 357억원에 달한다. 법인 해체로 인해 메타월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넷마블에프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사업 방향을 계속 모색했지만, 경영 상황과 시장 변화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던 '메타버스월드' 법인 종료를 어렵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 IP 매출 감소에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수익 창출 지속할까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 신사업 주축이던 메타버스월드는 정리했지만, 관련한 사업들은 이어나갈 전망이다. 메타버스게임즈,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랩스 등 사명에 메타버스가 들어가는 자회사들이 있는데 향후 메타버스 사업을 재개할 만한 보루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메타버스게임즈는 지난 2022년 6월 플로피게임즈를 인수하고, 지난해 1월 흡수 합병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3월 '메타버스게임즈'는 넷마블에프앤씨에 흡수합병되었고, 넷마블에프앤씨 게임개발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다.
넷마블에프앤씨 '메이브'가 대항항공과 협업한 기내 안전영상을 제작했다. (사진=넷마블에프앤씨)
지난 2021년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앤씨가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1942만원이지만, 유동자산이 59억원에 달해 유동비율은 333%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으로 구성된 버추얼(가상현실) 아이돌 ‘메이브’를 통해 대한항공과 함께 버추얼 휴먼·시각효과(VFX)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내 안전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메타버스월드에서 운영하던 큐브 플랫폼은 넷마블에프엔씨의 다른 자회사 메타버스랩스에서 이어나갈 전망이다. 넷마블에프앤씨는 2022년 블록체인 게임 기술을 중심으로 게임과 메타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한 ‘큐브’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게임, 콘텐츠(웹툰·웹소설), 커머스, 디지털 휴먼,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넷마블에프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플로피게임즈는 사업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며서 공통된 비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메타버스게임즈’로 사명을 변경했다”라며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가상세계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메타버스가 들어간) 법인의 명칭은 메타버스라는 지향점을 담고 있다. 올해는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