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수협은행이 지주사 설립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지난해 초 지주사 설립 발표 이래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부서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수의계약을 추진해 실사에도 나섰다. 다만 보통주 비율이 평균 대비 낮아 수협중앙회 도움 없이 자체 자금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수협은행 (사진=수협은행)
자본여력 충분할까
수협은행이 지주사 설립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자기자본비율 개선과 자회사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3월 수협중앙회로부터 자본금 2000억원을 수혈받았음에도 적절한 매물을 찾지 못해 답보상태다.
하지만 수협은행은 목표한 대로 착실히 수익성을 증명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익 목표를 3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자체적인 영업력을 키워 수익 증대를 이뤄내겠다는 포부였다. 지난해 3분기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963억원 대비 214억원 증가했다. 지난 3분기 수협은행은 직전 분기 대비 48.9%의 성장률을 보였다. 수협은행이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익 증가율만큼 4분기에도 성장했다면 당기순익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던 커버드본드 총담보유지비율의 하락세도 멈췄다. 총담보유지비율이 계약상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하락할 경우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20년 발행한 커버드본드의 총 담보유지비율은 발행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9월에는 106.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해당 총담보유지비율은 178.8%로 올라 계약상 담보유지비율인 105%를 한참 넘어섰다.
다만 자본비율은 하위권이다.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의 평균 BIS총자본비율은 15.56%,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99%다. 반면 수협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3.89%, CET1은 11.45%로 평균을 하회한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음에도 최근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3%보다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M&A 실행시 자본여력을 판단하는 기준인 CET1이 낮은 것은 인수합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협은행으로서는 선결 과제로 꼽힌다.
보통주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이 중요하다. 지난해 3분기 수협은행의 보통주 발행 관련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항목이 증가하고 이익잉여금도 성장해 보통주자본총계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수협은행의 보통주자본총계는 3조2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8944억원에서 13.3%증가했다. 그러나 위험가중자산도 27조1962억원에서 28조6371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81%p 상승에 그쳤다.
자신감 보였지만 인수합병 '잠잠'
지난해 1월 수협은행은 연내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완료해 지주사 초석을 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같은 달 금융지주화를 위한 행장 직속 애자일 조직인 미래혁신추진실도 신설했다. 미래혁신추진실 내에 M&A추진단이 속해있는 구조다.
수협은행의 자신감과는 달리 1년 내내 인수합병 소식은 잠잠했다. 지난해 말이 돼서야 인수합병 로드맵이 공개됐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던 수협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인수합병에 더욱 힘을 실었다. 미래혁신추진실에 속해있던 M&A추진단을 M&A추진실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와 동시에 매입 대상 기업도 드러났다. IB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매입 대상 기업은 웰컴크레디라인주식회사의 웰컴캐피탈이다.
웰컴캐피탈의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4억5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66억7600만원 대비 32억1700억원이 줄어들었다. 건전성도 악화됐다. 웰컴캐피탈의 연체채권 비율은 지난 2022년 상반기 0.32%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 상반기 9.58%로 9.26%p 올랐다. 고정이하채권비율도 같은 기간 0.24%에서 4.26%p 오른 4.5%를 기록했다.
업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하락한 건전성에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했다. 수협 내부 관계자는 "적극적인 부정이 없으니 사실상 긍정 아니겠냐"라며 "다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캐피탈사 인수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계약 성사 후 건전성 등 문제가 불거질까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시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M&A추진실의 업무 현황도 뒤늦게 포착됐다. 지난해 3월 수협은행의 미래혁신추진실이 삼일회계법인과 M&A예비실사 수의계약을 체결한 후 이렇다할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약 9개월 만에 수의계약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수협은행의 4분기 수의계약체결현황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M&A추진실은 지난해 12월18일 법무법인 태평양과 크레인법률실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달 26일 삼일회계법인과 크레인영업실사 계약도 체결했다. 각 계약의 완료일은 오는 6월17일과 3월25일이다.
수협은행 측은 실사 대상 기업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실사 기업명 등 M&A 관련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