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한미사이언스(008930)와
OCI홀딩스(010060)의 통합을 앞둔 현재, 경영권 분쟁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임종윤
한미약품(128940) 사장이 이번 통합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를 제외한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가현문화재단의 지분이 캐스팅보트에 올라 통합을 둘러싼 각축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왼쪽부터)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각사 제공)
한미그룹-OCI그룹 통합 배경은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주식양수도계약 공시가 올라오면서 경영권 분쟁의 닻이 올랐다. 당시 한미사이언스의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인 김원세, 김지우의 지분(744만674주)을 매도하고, 현물출자(229만1532주)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643만4316주)를 통해 OCI홀딩스로 지분율 27%를 넘긴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미약품그룹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해당 공시가 나오는 시점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의 계열사이자 사장으로 있는 코리(COREE)그룹을 통해 한미일가의 삼남인 임종훈 사장과 힘을 합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24일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주식등의대량보유사항보고서를 통해 송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했다고 공시했다. 불과 12일만에 발생한 일이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신주 상장이 연기된 가운데 양측의 지분율은 비슷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3월에 실행하는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를 제외한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의 의결권이 캐스팅 보트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언론을 통해 '아직까지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기 때문에 향후 입장 변동 가능성이 내재된 상황이다.
팽팽한 지분율 경쟁…캐스팅보트 오른 신 회장·가현문화재단
최근 공개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을 해소한 이후 송 회장(12.56%)과 임주현 사장(7.29%)의 총 지분율은 19.85%며, 임종윤 사장(12.12%)과 임종훈 사장(7.2%)은 총 19.32%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송 회장 측은 가현문화재단 지분(4.9%)도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지분율은 24.75%까지 오를 예정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부인과 자녀 등도 특수관계를 해소하면서 지분율을 28.4%까지 마련했다.
이에 주주총회를 통한 표 싸움이 전개될 경우 관건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2.15%를 보유한 신 회장의 향방이다. 먼저 신 회장이 송 회장의 우군이 된다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36.9%까지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신 회장이 임종윤 사장에 힘을 준다면 40.55%까지 지분율이 오를 수 있다.
신 회장이 중립을 유지할 경우 가현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가현문화재단은 故임성기 회장이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 타계 이후 4.9%의 지분을 한미사이언스로 상속했다. 이후 지난해 4월17일 한미사이언스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매각 승인을 받았다고 입장했다. 현재 임종윤 사장이 가현문화재단 매각에 대한 배임 이슈를 제기했다.
배임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지 않고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도 실시되지 않는다면 송 회장 측은 신 회장 없이도 지분 51.75%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수 있다. 그러나 배임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가게 된다면 가현문화재단 지분이 매각되지 모살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
임종윤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한미-OCI 거래에 가현문화재단의 자산을 매각하는데 있어 가족간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에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미사이언스의 자사주 매입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사주 매입은 하나의 지분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는 가운데 앞서 OCI홀딩스는 금호석화화의 자사주 스왑을 진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주식수는 197만4375주(유통주식수 대비 2.9%)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추가로 매입한 자기주식수 33만주(0.48%)를 합하면 3.38%까지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OCI그룹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자사주 교환 행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지난 2022년
금호석유(011780)화학과 자사주 스왑을 실행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은 경험이 있다. 자사주는 그 자체만으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제3자에게 부여한다면 의결권이 살아나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 강화가 될 수 있다. 다만, 한미약품그룹은 현재 자사주 활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활용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자사주 매입은 작년 10월이고 이번 (OCI활딩스)통합과는 3~4개월 정도 텀이 있어 무관하다"라며 "2월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한미사이언스의 실적보고서를 통해서도 한미그룹과 OCI의 통합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존재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순이익 1600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4년 정도만 유지되면 매각 금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OCI에 매각하는 금액은 5000~70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OCI에 넘기는 매각 가격은 5000~7000억원대이기 때문에 순이익으로만 생각해도 3~4년이면 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