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대형딜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소형 M&A에 대한 수요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대형 딜보다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낮은 M&A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를 잘 파고든 로펌이 있다. 위어드바이즈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뭉쳐 지난 2019년 설립한 로펌으로 중소형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위어드바이즈는 설립 1년만인 2020년부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위어드바이즈는 블룸버그 M&A 리그 테이블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위어드바이즈의 김남훈 변호사는 다양한 중소형 M&A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041510)) 지분 인수에도 참가해 주목받았다. 플랫폼과 콘텐츠 등 M&A가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를 파고드는 김남훈 변호사를 만나 올해 M&A 시장 전망 등 견해를 들어봤다.
김남훈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사진=위어드바이즈)
다음은 김남훈 변호사의 일문일답이다.
-소개를 부탁한다
△위어드바이즈에서 M&A를 담당하고 있는 김남훈 변호사다. 서울법대를 졸업해 사법연수원 38기를 수료했고, 해군법무관 복무 후 2012년 법무법인 세종에 입사했다. 세종에서 M&A를 담당했다. 원래는 M&A에 관심이 없었지만 세종에 입사해서 M&A의 길을 걷게 됐다. 세종에서는 규모가 큰 대기업 위주의 M&A를 담당했고, 중국 관련 M&A도 함께 했었다. 그러다 2015년 중국 청화대 법학원에서 상법 전공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2년 정도 세종에서 일하다 위어드바이즈를 개업하게 됐다. 위어드바이즈를 시작한지 햇수로는 5년차다.
-지난해 M&A 시장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위어드바이즈는 원래 리그테이블 측면에서는 잘해왔다. 2020년부터 리그테이블 순위가 좋았고 2021년도와 2023년도 순위에도 들었다. 꾸준히 딜을 맡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M&A 딜이 줄어들다 보니까 순위가 올라간 면도 있다.
중소형 M&A랑 대형 M&A는 본질적으로 다르진 않는데, 대형 M&A의 경우 소통비용이 많이 든다. 소통비용은 팀 내부보고나 행정자료 등을 만드는 것 등이 있다. 딜을 하는 회사가 규모도 크고 임직원들도 많기 때문에 변호사 1명이 딜을 보기가 어렵다. 중소형 딜의 경우 많은 인원의 변호사가 들어갈 필요도 없는 데다 클라이언트들이 비용에 대해 민감도도 높다. 변호사들이 많이 들어가면 비용이 많이 나오는데 비용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특정 연차의 변호사들이 딜을 맡아야 한다. 너무 저연차는 비용 효율성이 안 나온다. 로펌의 경우 시간당 보수를 받는데 숙련도가 낮아 시간을 많이 쓰면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로펌의 높은 딜 비용과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 비용 그 사이의 중간 시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어드바이즈를 열 때 중간 시장이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형 로펌을 가지않아도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또한 대형 로펌에서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연차이기 때문에 일은 잘 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클라이언트들도 그러한 신뢰감을 원할 것이라 생각해서 만든 게 위어드바이즈였다. 여럿 대형로펌 출신들이 모이면 그러한 효과가 극대화된 것 같다.
-올해 M&A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나?
△일단 스타트업 VC(벤처캐피털)쪽은 드라이 파우더(아직 투자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투자금)가 많이 쌓여 있어서 투자는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들이 많아서 아무 곳이나 투자를 하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투자는 많이 이뤄질 것 같은데 소수에 집중될 것 같다. 예전처럼 많은 기업들이 투자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PE의 경우 금리에 민감하다.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자금은 조성돼 있으니 VC와 유사한 형태로 갈 것 같다. 블라인드 펀드는 역시 마찬가지로 작년에 드라이 파우더를 많이 못 썼으니 올해 많이 쌓였을 것이고, 자금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될 것 같다.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현재 돈은 많은 상황인데 쓰기가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좋은 딜이 있으면 확실한 곳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생각건데 좋은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처를 찾기가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 펀드의 경우 금리가 괜찮아지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니 딜이 될 것 같다. 대기업 CVC(기업형벤처캐피털)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안 찾고 해외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볼트온(동종기업 인수)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볼트온 거래의 특징은 무엇인가?
△볼트온 거래가 대형 M&A에서 구사하는 전략이라 보기는 어렵다. 회사를 하나 인수하고나서 큰 회사가 상장 혹은 매각을 하려면 밸류를 키워야한다. 이를 위해 시너지가 계속 나야한다. 기존에 하던 사업으로는 밸류를 확 키울 수 없다. 그렇다면 뭔가 이질적인 것이 들어와서 그 기업이 보지 못했던 기회가 나와야되는데, 볼트온 거래를 통해 M&A를 하면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온컴퍼니가 볼트온 거래를 많이 했는데 수평적 볼트온을 많이 했다. 가령 시멘트 회사를 다량 인수하는 식이다. 대형 M&A에서 수평적인 볼트온 거래가 있어서 눈에 띄긴하는데 다른 거래에서는 볼트온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중소형 M&A에서는 폐기물 관련 딜에서 수평적 볼트온 거래가 많이 사용된다.
-기억에 남는 딜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삼성전자의 로보콘 투자가 있었다. 로보콘은 로봇 공정 자동화 회사인데 M&A 중 가장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로보콘도 인수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고 재무적투자자도 투자했던 금액을 다 회수했고, 대기업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카카오(035720)의 그립 인수도 기억에 남는다. 그립은 굉장히 빨리 딜이 마무리됐다.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하고 VC투자를 받은 후 1~2년 후에 카카오에서 투자했다. 인상적인 것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아직 아무도 안 나갔다.
벤디스의 경우
현대백화점(069960)그룹에 인수됐는데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기회를 잡고, 벤디스는 벤디스대로 보상도 받았다. 이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8~9년동안 꿋꿋하게 하는게 힘든데 어떻게 보면 긴 여정과 고생끝에 성과를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1년동안 딜 업무를 했는데 타이밍을 좀 더 빨리 당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딜 속도도 너무나 중요한 목표인데 대형딜의 경우 자금 조달이 규모가 크니 소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여러 변수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줄었고 행동주의 펀드들도 들어오면서 두 외부적 변수가 영향을 많이 줬다. 그래서 좀 아쉬워서 기억에 많이 났다. 빠르게 딜을 추진하는게 중요하구나를 느꼈다.
-위어드바이즈는 근무 환경 등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파격적 기업 문화가 구성원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사실 위어드바이즈 문화는 자유로운 분위기보다는 눈치를 덜 본다는데 있다. 대형 로펌이랑 위어드바이즈의 같은 연차 변호사들을 보면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위어드바이즈 멤버도 대형 로펌 출신이기 때문에 그곳의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중소형 M&A 시장에서 더 확실한 1순위 선택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위해 팀을 성장시키고 싶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