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동일, 자사주 소각 전 대주주 지분 매각…'승계 노림수' 논란
주주가치 제고 위해 자사주 소각 진행…최대주주가 소각 전 지분 매도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주가 다시 원점…승계 작업 위해 주가 하락 의혹도
공개 2024-01-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15:0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DI동일(001530)(디아이동일)이 소액주주의 압박에 주주친화 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최대주주가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그 효과와 회사측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최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시세 차익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디아이동일이 향후 승계를 고려해 주가를 일부러 저평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사진=DI동일)
 
대주주 지분 매각에주주가치 제고책 효과 '원점'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디아이동일은 신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 계약은 지난해 12월7일부터 올해 12월6일에 종료되는 계약, 다른 하나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12월27일에 종료되는 계약이다. 디아이동일은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두 계약의 계약금액은 각각 50억원이다.
 
디아이동일은 지분 11% 이상을 모은 소액주주 연합으로부터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디아이동일이 체결한 신탁계약 3건(계약금액 총 50억원)이 각각 이행률 100%, 49.5%, 0%이었으나 4분기부터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올렸다.
 
이에 3건의 신탁계약 이행률이 모두 채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새 신탁계약도 신속히 이행률이 채워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이동일은 지난해 12월 체결한 2건의 신규 신탁계약에 대해 각각 48억원씩 자기주식을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아울러 디아이동일은 지난해 11월30일 자기주식 130만2034주를 소각했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책 효과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디아이동일의 시가총액은 7052억원에서 소각일인 지난해 11월30일 7609억원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주가가 최고조로 상승하던 11월24일 최대주주 정헌재단은 보유 지분 33만1874주(지분율 1.28%)를 차입금 상환을 위해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100억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디아이동일 최대주주인 정헌재단의 지분 처분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이 매도되면서 시가총액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디아이동일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헌재단과 디아이동일은 별개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헌재단의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특별한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뿐 아니라 적극적인 IR활동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승계 위한 주가 누르기 의혹도
 
업계에서는 디아이동일 최대주주인 정헌재단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승계를 위해 주가를 내려야 하는 요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스레 디아이동일이 점차 승계에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서민석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만큼 서 회장의 뒤를 잇는 서태원 대표이사가 경영에 활발하게 나서기 위한 지분 승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주가가 낮아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민석 회장의 디아이동일 지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93%(154만5372주)로 1월17일 기준 390억원(주당 2만5250원)가량 된다. 국세청의 가업승계 과세특례 제도에 따르면 이에 따른 과세액은 7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11월14일, 3만2525원)의 서 회장의 지분가치는 503억원으로 동일한 세율을 적용할 경우 증여세는 93억원으로 계산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과세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헌재단의 매도시기가 승계와 엮여 주가를 누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통 기업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부담이 크다. 세율이 최대 20%에 달하기 때문에 지분 가치가 높으면 증여세 부담이 비례해서 커진다. 이에 기업에서 승계 작업을 시작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현금 배당 확대 등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혹은 주가 누르기 현상이 나타나거나 주가가 저평가되는 시기에 맞춰 승계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식이 있다.
 
특히 디아이동일은 꾸준히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디아이동일의 현금 배당률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 현금배당액은 평균적으로 1500원~2000원이었다. 액면분할이 실시된 지난해 배당액은 주당 250원이었다. 이를 통해 서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2억~3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동시에 디아이동일은 주식배당도 실시하고 있다. 주식배당은 1주당 0.025주를 배당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디아이동일이 승계 대신 우호 지분 확보 등 다른 방법을 통한 경영권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 마땅한 우호지분이 없기 때문에 향후 디아이동일이 지원군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사모펀드 등이 디아이동일의 부동산 자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알려진 주주인 삼양홀딩스(000070)(삼양사(145990) 포함), 동양섬유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삼양홀딩스(지난해 상반기 기준 지분율 5.93%)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고, 동양방직은 디아이동일과 지분교환을 통한 보유 방식이다. 다만 동양방직은 지난 2022년 디아이동일의 주식 액면분할로 보유주식이 기존 14만8411주에서 148만4110주로 늘어나자 디아이동일 지분을 매도, 2022년 말 기준 97만1560주로 지분을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굳건한 우호지분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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